주진경(은목 회장/ 티넥)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은 지난 11월 23일을 추수감사절로 지내고 27일은 가족, 친척들, 벗들이 모여 추수감사절을 지냈을 것이다. 이번 추수 감사절 기간에는 한해가 다 가도록 감감 무소식이던 한 분이 과일 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다른 해에도 그런 일이 있어 그럴 때면 고맙고 반가웠다. 그러나 금년에는 그 일이 나에게 좀 달리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나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무슨 감사할 일이 있어서 1년 내내 무소식이던 사람이 과일까지 사들고 찾아왔을까?
북미주 지역과 그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모두 영국으로부터 신앙의 자유를 찾아 건너온 청교도들로부터 유래한 추수감사절을 지내며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국가적인 명절로 삼고 1년의 농사와 사업, 살아온 1년 동안의 은덕을 기리며 기뻐하고 감사해한 것이다. 이러한 감사절 풍조가 우리 일상의 생활에 있어서 감사의 주종(主宗)이 되어 가는 듯 하여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성경에 ‘범사에 감사하라 (살전 5:18)’ 는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1년 동안의 농사와 사업과 살아온 이 추수감사절 감사는, 범사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임을 깨달을 필요가 절실하다. 범사에 ‘감사하라’ 고 가르친 범사는 우리 생활의 시공(時空), 전후좌우, 위, 아래에 편재(偏在)해 있다. 거기에서 감사해야 할, 조건과 방법을 찾아서 이제는 진정으로 생동하는 감사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나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감사할 조건을 찾고 선물까지 들고 찾아온 사람의 마음을 읽고 나는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종도 다르고 피부 색깔도 다른 이웃에 사는 사람은 실로 혐오감이 가는, 감사할 조건이 전혀 없는 분이었다. 옆에만 지나가도 몸에 배인 담배 냄새, 그 호감이 가지 않는 인상, 소수민족에 대한 태도 등, 더 다른 부분을 지상에 남을 글로 묘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정도로 상황설명을 한다.
나는 여기에서 감사의 조건을 찾아야 했다. 그 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은 전도하는 일이었다. 그 분에게 전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은 일이었다.
80이 넘도록 설교자로 살아온 나에게 늦게야 놀라운 발견이 다가왔다. 나에게 그분은 내가 찾아가야할 족속이었고 그 분이 늘 출입자를 바라보고 앉아 있는 의자는 내가 달려 가야할 땅 끝이었다. 이것이 내가 그 분에게서 발견한 감사의 조건이었다.
모든 족속에게, 땅 끝까지 가서 전도하라는... 나는 그 분에게 전도를 시작하였다. 첫 마디가 ‘예수를 믿으라’가 아니었다. 참는 가운데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는 나의 첫마디 말에 “ 담배는 70년 동안의 친구인데 쉽게 끊을 수 없다” 고 하였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지만 결국 그의 손에서 담배를 볼 수 없는 날이 다가왔다. 나의 하찮은 것에 대한 감사에서 거둔 열매, 아름다운 변화였다.
또 한분을 더 소개한다. 그 분은 역시 인종이 다른 외국 과부인데 상당히 도도하였다. 인종멸시 태도가 보이는 거만한 분이었다. 언제나 군림하는 태도요, Sir 나 Please 라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당신이 그렇게 하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 ‘눈에는 눈이요 이에는 이’다 라는 성미가 고개를 들 듯하였다.
하지만 저것도 감사해야 할 범사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가? 이웃끼리 부디 치지 않으려면 온유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유가 무엇인가? 나는 이 경우에 감사하였다. 실질적으로 내가 온유를 다시 배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같은 하찮은 일에 어떻게 감사하느냐 하고 방법을 찾다 보니 내 자신에 대한 변화를 다시 일깨우는 기회가 온 것이었다. 온유는 성경이 약속하는 복이, ‘땅을 기업으로 준다’는 것인데 땅은 인간생존의 모든 기초 자산인 것이다. 이것을 보면 온유함으로 땅위에 든든히 서서 살아 갈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1년 동안의 농사와 사업, 살아온 빅 이벤트적인 것만이 아닌, 적고 하찮은 모든 일, 범사에서 감사의 조건을 찾고 감사의 방법을 찾아 새로운 감사의 패러다임을 실천해 간다면 놀라운 사회변혁을 가져오고 명랑한 사회와 편안한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요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격조 높은 인간의 감사에서 향기가 피어 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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