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잠시 다녀왔다.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한국에는 사람이 참 많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붐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인구감소 전망이다. 지금의 인구변화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 인구는 2030년에 약 5,20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50년 이전에 4,00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구감소 시점이 2020년경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출산율, 즉 여자 한 사람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는 1.25명(현재의 인구 수준 유지 출산율은 2.1명)으로 세계에서 219번째로 낮고 OECD 34개 회원국 중 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인구학자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소멸돼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 번째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심각한 얘기다. 참고로 미국의 출산율은 2.01명으로 한국보다는 훨씬 높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0%가 되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는데, 한국은 2009년 이미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고 2019년경 고령 사회, 2026년경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떤 사회를 뭐라고 부르는 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많아지고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 즉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심각하다.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왜 한국의 출산율이 그렇게 낮을까? 학자들은 합리적 선택이론, 위험이론, 양성평등이론 등 여러 이론들을 제시하지만, 한국에서 자녀 낳아 기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육아, 양육비, 교육비 부담이 과중하다. 고용이 불안정하여 사회진출이 지연됨에 따라 결혼이 지연되고 출산도 지연/기피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에 따른 의도적 결혼/출산 기피도 늘어나고, 학력과 경제력 부족 또는 ‘내집 마련 불가능’ 같은 좌절에 의한 결혼/출산 포기도 있다. 게다가 결혼/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는 시각, 서구식 개인주의 성향확대에 따른 독신 선호현상, 그리고 이혼증가로 인한 출산 감소 등등이 저출산의 복합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연애와 결혼과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 세대’가 증가하고 있단다.
‘인구가 국력’이라는 말처럼 인구는 국가경제의 바탕이 된다.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감소가 시작된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국력감소가 나타 난다. 2000년대 들어 인구감소가 시작된 일본이 이후 계속해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문제는 한국이 일본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에서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고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하여 일곱나라밖에 없는데 이제 심각한 인구감소로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실추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구가 많아야 생산가능 인구도 많게 되고 그래야 생산 효율이 높아지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 특히 수출 주도의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도 국내시장, 즉 내수시장을 확충하는것이 중요한데, 인구감소는 내수부진을 만성화하고 악화시킨다. 인구감소는 소비와 생산을 저하시키고 조세수입도 저하시켜 국가재정도 악화시킨다.
그런데 출산율 저하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외국의 경우에 비해)이미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국가들이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고, 일본도 1980년대 말에 출산장려 정책을 집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은 더욱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게 하려면 정부가, 사회가, 그리고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 여성의 지위와 복지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용안정성을 높이는것도 중요하다. 가정을 일구는데 가장 큰 요소인 주택 가격, 전세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인구와 경제규모에 적정한 이민, 즉 유입인구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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