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권유린 국가는 인종차별로 주민들이 총에 맞아 죽는 미국이다.” 퍼거슨 사태로 오히려 기가 살았다고 할까. 대규모 군중집회를 통해 북한이 미국에게 퍼 붙는 비난이다.
몇 살이라고 하더라. 스물일곱, 스물여덟. 그 나이의 김여정, 그러니까 김정일의 여동생이 노동당 부부장에 차관급 자리를 세 개나 겸직하고 있다는 보도다. 또 그 김정은, 여정의 고모 김경희는 이미 1년 전 남편 장성택을 따라 자살을 했다는 설(說)도 전해진다.
도무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 30도 안된 나이에 이른바 ‘백두혈통’이란 것만으로 당(黨)과 정(政)의 요직을 두루 꿰차다니. 김경희 관련 뉴스도 그렇다. 1년 가까이 생사조차 알려지지 않다가 조카인 김정은을 저주하는 유언장을 남기고 음독자살했다는 이야기는 황당하다 못해 소름마저 끼치는 느낌이다.
쇼킹하다. 끔찍하다. 독이 서렸다. 황당하다. 괴이하다…. 평양발로 전해지는 북한 뉴스들을 말하는 거다. 최근 1년사이 전해진 뉴스들이 더 그렇다.
장성택이 숙청과 함께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그 뒤를 따라 김경희는 김정은을 저주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정은이 증발했다. 40일 이상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이다. 그 김정은의 역할을 20대의 여동생 김여정이 대신했다. 그 김여정이 노동당 부부장이란 고위직을 차지했다. 거기다가 핵위협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상식으로는 판단이 잘 안 된다. “그럴수록 고전, 클래식으로 돌아가라. 그러면 해석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한 역사학자의 말이다.
어떤 고전을 끌어댈 수 있을까.
“1853년 당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는 영국 대사와의 대화에서 ‘유럽의 병자’ (The Sick Man of Europe)란 말을 만들어 냈다. 부패했다. 빚에 짓눌려 있다. 그 오토만제국 때문에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열강이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음을 경고하면서 오토만제국을 ‘유럽의 병자’로 묘사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북한문제 전문가 데니스 헤이플린의 말이다. 그 오토만제국은 마침내 발칸반도 위기를 몰고와 결국은 전 유럽을 1차 세계대전의 나락으로 빠트렸다.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의 오늘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시아의 병자’ (The Sick Man of Asia)로, 이 망해가는 체제로 인해 아시아의 열강들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한 것이다.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외교방안이 강구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햇볕정책, 6자회담, 신뢰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31세 소년황제가 통치하는 오늘의 북한 모습은 생명보조기에 의해 마지막 숨을 헐떡이던 지난 세기 오토만제국의 마지막 때와 몹시 흡사하다는 거다.
권력의 3대 세습. 겉으로 보기에는 ‘스무드’ 한 것 같지만 오히려 불안정성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불안정성을 특히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김정은 주도의 ‘허영에 들뜬 대형 프로젝트들’이다.
만성식량부족에 영양부족 상태가 만연해 있다. 그런 마당에 노동자는 물론, 학생, 군인들까지 동원해 스키장을 건설하고 위락공원을 만들었다. 또 김정은의 씀씀이는 아버지 김정일 보다도 헤퍼 한해동안(2012년) 사치품 수입에 6억5,000여만 달러를 탕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음에, 과식에, 과연(過煙). 방탕한 김정은의 생활방식이다. 그러니 30을 갓 지난 나이지만 건강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이 또한 또 다른 불안정성 가중요인이다.
권력세습 3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해외방문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나. 김정은 체제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이야기다. 장성택 처형 후 중국과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어느 정도 불편한 관계가 됐나. 중국은 만일의 사태, 그러니까 김정은이 통제력을 상실하는 사태에 대비해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그 대타로 추대하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또 한 차례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엔이 김정은을 국제재판정에서 반인륜 범죄자로 단죄할 수있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는 3대에 걸친 죄의 업보가 쌓일 대로 쌓인 탓인가. 유엔의 이번 결의안 채택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북한이라는, 피와 압제와 죽음으로 얼룩진 수령 유일영도 체제에 주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자각증세라도 느낀 것인지 평양당국은 연일 독한 말만 쏟아내고 있다. ‘핵전쟁이 나면 청와대도 안전치 못하다’ ‘누가 뭐라든지 우리 식의 길을 가겠다’ 등등.
“‘아시아의 병자’는 한 세기 전 ‘유럽의 병자’와는 달리 핵을 지니고 있다.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는가.” 계속 던져지는 질문이다. 2014년 갑오(甲午)년도 끝자락을 드러내 벌써 12월이다. 새해, 그러니까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을미(乙未)년은 그 수령절대주의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그런 해가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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