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가 보인다. 거리에 앉은 채 성경을 읽는 시위자들. 몇몇은 모여 기도를 드린다. 민주화를 외치며 수만 명이 몰려든 홍콩의 중심가. 우산혁명의 현장에서 목격되는 광경이다.
한 꺼풀을 제치고 들여다본다. 시위 지도자들은 복음주의 개신교도 아니면 가톨릭신자다. 기도그룹, 교회 등이 앞장섰다. 홍콩 우산혁명의 한 특징이다. 짙은 기독교 색채의 민주화요구 시위. 그러나 이런 측면은 부각되지 않았다.
CNN에서 뉴욕타임스에 이르기까지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세계 최강의 독재정권에 저항해 일어선 홍콩 민주화 시위사태를 실시간 중계하듯이 보도했다. 기묘한 사실은 너무나도 뚜렷한 기독교적 색채,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안 한 것이다.
사람의 목을 벤다. 십자가에 못 박는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나 있었던 일이다. 그 도무지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다. 어머니들은 강간당하고 아버지들은 목이 매달린다. 어린이들은 떼로 목이 잘리고 그 머리가 뾰족한 막대기에 꿰어진다.
2014년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시점. 회교 수니파 이슬람이스트 극렬집단 이슬람국가(IS) 점령지역 이라크에서 거의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 광란의 살인극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목이 잘린다. 같은 회교도다. 그러나 종파가 달라 죽음을 당한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살됐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피의 광란 극, 그 최대 피해자는 기독교인들이란 사실이다.
기독교인의 집 벽에 ‘noon’(현지어로 기독교인이란 뜻)이란 표식이 새겨진다. 과거 나치시절 유대인의 집에 ‘다윗의 별‘이 그려졌던 것처럼. 그리고 바로 뒤따르는 것은 추방에, 강간, 고문, 살인 등으로 박해는 조직적으로, 또 집요하게 가해지고 있다.
그 결과는 거대한 엑소더스다. 2000년 전 사도시대 부터 존속해 온 기독교 공동체가 뿌리 채 뽑혀 빈사상태를 헤맨다. 100만이 넘던 이라크의 기독교도 인구는 15만 정도로 줄었다. 시리아의 기독교인들도 비슷한 운명에 몰려 있다.
“인류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인종청소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악몽 그 자체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절규다.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절실한 외침이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있다.
나치의 인간 말살현장을 직접 보고 그 범죄 상을 파헤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오늘날 그 같은 기자들은 찾을 길이 없다. 철저히 무관심한 게 미국의 주류 언론이다. 유엔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다른 일로 바쁘다.
공공연한 테러에, 감금, 고문, 강간, 노예화, 살육…. 이라크와 시리아의 기독교인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나이제리아에서 수단에 이르는 아프리카지역, 레바논에서 파키스탄, 인도에 이르는 지역, 또 중앙아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만연된 현상이다.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100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학살자의 신원은 노출돼 있다. 그런데도 유야무야다. 인도의 경우다. 비슷한 일이 파키스탄에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그리고 전 세계 196개 국가 중 116개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4년 4월28일. 중국 저장성 웬조우(溫州). 엄청난 숫자의 경찰병력이 투입됐다. 타깃은 한 교회 건물. 인근 도로는 모두 통제됐다. 경찰은 교회 뒷산까지 에워쌌다. 그리고 시작된 게 교회건물 철거작업이다. 거대한 십자가가 내려지고 교회의 벽이 부서진다.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린다. 이 웬조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북경당국은 마침내 ‘기독교를 체제 위협세력’으로 간주, 대대적 탄압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기독교 본산지가 공권력에 의해 공공연히 짓밟히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조용하기만 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이 죽음을 당한다. 그러면 전 세계 인터넷은 달아오른다. 기독교인이 죽는다. 그것도 떼로. 그래도 조용하다. 심지어 기독교인들조차도.” 박해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뭐랄까. 방향감각을 상실했다고 할까, 그것이 오늘날의 시대상으로, 철저한 무관심 가운데 혹독한 박해가 가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토록 관심이 없는 것인가’-. 이는 미국 사회에, 주류 언론에게만 던져지는 질문일까.
전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이다. 이슬람이스트 신정체제에서 보다도 더 참혹한 기독교인 박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참상을 보다 못해 세계인들이 들고 일어섰다. 10번째 인권결의안이 유엔에서 채택된 것이다. 그 반(反)인륜 범죄자들을 처벌하라는 조항까지 첨부 된.
그런데도 여전히 무관심이다. 그리고 망각의 미로를 헤매고 있다. 그게 한국의 정치권이고, 한국 사회의 정서로 보여 하는 말이다.
돌아보면 그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감사의 주간에 들려오는 소리다. 그 감사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스스로의 성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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