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현<신부>
본당 사제로 살다 보면 수백 명의 신자 앞에 서게 되고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나같이 덤벙되기 잘하고 깊은 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 다니는 이는 더 그렇다. 그렇다 보면 구설수에 오르고 사제가 이랬다니 저랬다니 말이 나오면 신부를 두둔하는 이들 또 비판하는 이들로 성당에 패가 갈린다. 이는 곧바로 교회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사실 사제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성당의 분란과 혼란에 휩싸여 보지 않은 신부가 참 드물 것 같다.
나는 한국에 있는 성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한 번도 그 곳에서 사목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교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은 한국 사람이면서도 미국사람이기에 자기 편한 대로 어쩔 때는 한국식, 어쩔 때는 미국식 하며 오락가락 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법도 내가 편한 식으로 미국식 한국식 바꾸어대니 말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달랑 미국의 이민교회 사목지에 떨어진 신부님들이 어려움이 없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통하는 사목이 안 통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교회들에 분열이 생기고 신자들이 갈리고 말이 말을 낳고 정말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된다. 대다수의 신자들은 전해들은 말만 듣고 분노하고 미워하고 상처받고 어느새 무엇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아무도 모른 채 서로 감정만 상하게 마련이다. 또한 사제들의 인간적인 약점, 문화적인 차이, 권위의식 등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이 생길 때마다 사제와 교회는 상처를 받는다. 사제 개인으로서 아마 평생 씻기지 않는 상처가 될 것이고 교회공동체도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치유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영적인 상처로 후유증을 오래 겪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에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면 그러면 어떻게 멋있게 대결을 벌일 것인가? 어떻게 사제는 사제답게 신자는 신자답게 한바탕 멋있는 진검승부를 벌일 것인가? 어차피 의견이 달라지고 갈등이 생길 거라면 신앙인답게 하느님 믿는 사람들답게 멋있게 원칙을 지키고 해야 한다.(가재가 게 편이라고 나는 사제라 사제편이라는 것을 미리 깔고 들어간다.)
첫째, 앞에서 살살거리면서 뒤에서 사제를 욕하며 다니는 사람들은 제일 하급이라는 사실이다. 앞에서 사제를 존경하느니 한다면서 뒤에서 욕하고 다니고 말을 퍼뜨린다. “많은 사람들이 그럽디다” 하며 말을 퍼뜨리지만 사실은 자기가 다 퍼뜨리는 것이다. 자신은 안 그런 척, 겉과 속이 다르다. 이들이 진실성이 결여됐고 기본적인 인생의 원칙도 못 지키는 이이니 신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을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둘째 부류의 사람들은 신부 뒤에서만이 아니라 앞에서도 반대와 불만의 의견을 일관되게 정정당당 펼치는 이이다. 이들은 앞에서 나온 이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다. 적어도 앞뒤와 일치되고 자기 입장이 분명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교회의 일치에 해가 되고 사제에 순명하지 않기에 역시 잘못됐다.
셋째는 정반대로 신부가 무어라 해도 무조건 따르는 이들이다. 무조건 예스맨이다. 이들도 문제가 있다. 스스로 양심에 비추어 생각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 자기 생각에 일치되지 않는 것은 않는다고 밝혀야 한다. 이들도 사제를 교만하게 하고 교회를 잘못 이끌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이들은 이렇다. 교회운영에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단체회합에서 남들이 다 보고 듣는 자리에서 분명히 자기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결정이 나면 그 결정에 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절대 다른 말을 안하는 이이다. 할 말이 있으면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이 되면 깨끗하게 따른다. 뒷말이 필요 없다.
사제가 정말 잘못되었다고 보이면 눈물로 호소를 하고 사제를 일깨우려고 삼고초려를 한다. 그래도 사제가 뜻을 굽히지 않으면 이 말을 덧붙인다. “정말 내 뜻과 다르고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지도자이니 순명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잘못됐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멋있게 순명을 하는 이들이다. 그리고는 뒤에서 아무 말이 없다. 진짜 멋있는 이이다.
만약에 이런 이의 충정을 모르고 오히려 경계하고 불편하다고 배척한다면 오히려 사제가 졸장부인 것이 된다. 사제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이들이 제일 무서운 이들이면서도 제일 멋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교회를 지키고 사제를 깨닫게 하는 이들이다. 멋있는 사람들이 멋있게 교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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