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악수조차 파워의 표현이 된다. 시진핑은 서있는 채 손을 내민다. 자신감 넘치는 시진핑의 태도. 그에게 다가가는 오바마. 그 모습은 마치 조공을 바치는 광경을 방불케 한다.”
2014년 11월 중순의 시점을 맞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잇달아 전개되고 있는 ‘수퍼 정상회담’- 그 첫 번째 무대였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의 만남을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식으로 묘사했다.
중국의 관영언론들도 만방내조(萬邦來朝)란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21개국 정상들이 APEC 회담 참석자 북경에 모여들었다. 시진핑과 그 열국 정상들과 만남을 마치 주변 제후국들이 조공을 바치러 온 것처럼 비유한 것이다.
자못 득의양양한 분위기다. 그 무대 안무가 정교하고 화려하기 짝이 없다. 회의의 주제어도 그렇다. 아시아 태평양의 꿈’(亞太夢想)으로 아시아 질서는 아시아인들 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시진핑이 내걸고 있는 중국의 꿈(中國夢)과도 어딘가 닮았다.
무대의 주인공은 시진핑이고 중국의 힘, 중국의 외교력은 유감없이 펼쳐졌다. “북경 APEC정상회의는 시진핑과 중국외교의 커밍아웃 무대가 됐다.” 안팎에서 쏟아지는 상찬이다.
대국의 금도를 보여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함께 나란히 선 시진핑과 아베. 그 모습 자체가 상당히 극적이다. 필리핀의 아키노 대통령과의 회담도 효과 면에서 그에 못지않았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영유권 분쟁 당사국이 필리핀이므로.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회담도 성공작으로 묘사됐다. 군사협력과 통상 분야에서 협력을 끌어냈다. 무엇보다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리고 신형 대국관계 건설을 위해 고위층 소통과 왕래 강화 등 구체적 사항에 합의했다.
거기다가 사이드 쇼로 제시된 게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실현을 위한 로드맵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맞불정책이 바로 FTAA로, 미국과 일본이 보는 앞에서 그 로드맵 추진을 밀고 나간 것이다그뿐이 아니다. 아시아와 유럽전역을 잇는 실크로드 구상과 관련 400억달러의 기금을 내놨고 푸틴 러시아와 사실상의 에너지 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가히 천하의 중심은 중국이라도 해도 틀린 것 같지 않다. 그러니 ‘만방내조’란 용어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수퍼 정상회담의 무대가 미얀마(아세안+3국 정상회담)로, 또 호주(G20 정상회의)로 차례로 옮겨지면서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중국외교는 과연 성공적 커밍아웃을 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무대는 화려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는 다른 말이 들려온다. 쇼는 쇼 일뿐 일본과 중국, 더 나가 미국과의 긴장완화에는 도움이 없다는 소리가 높은 것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성과라는 탄소배출량 감소합의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그저 말뿐인 협력을 한 데 불과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군사협력합의도 그렇다. 대규모 군사이동 상호 사전보고 합의는 역으로 말하면 미국과 중국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때문에 서둘러 합의에 이른 것이지 외교적 성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부의 시각이지만 오히려 새삼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론이다. 중국이 군사 대국화를 꾀하고 있다. 분명한 긴장요인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중국 군부가 보이고 있는 불투명성이 그 같은 불길한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거다.
“얼마나 많은 펜타곤 중심의 고위당국자들이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우려를 보이고 있는지를 안다면 놀랄 것이다. 두 명의 바로 전직 국방장관이 그 경우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미국과 중국이 1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포린 폴리시지의 지적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해온 것은 ‘팍스 아메리카’였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그 시대는 사라졌다. 대신 찾아든 게 ‘힘의 균형의 시대’다. 이 시대는 경쟁과 불안정으로 요동치는 시대로, 정상회담에서의 글로벌한 이슈는 물론, 극히 작은 움직임도 미국과 중국, 두 라이벌에게는 민감한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 계속되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그런 민감한 회의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는 수퍼 정상회의다. 그 첫 무대에서 상당히 활발하다 할까, 과감하다 할까 그런 동선(動線)을 보였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서둘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타결을 선언했다. 그리고 중국주도의 아태자유무역지대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전날 따로 12개국 정상모임을 통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협정 상황을 누누이 설명 했는데도.
그 행보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나. 어딘가 왠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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