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 캄보디아에서 우물에 빠진 돈을 찾으려다 7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남성이 물을 긷다 돈과 라이터를 우물에 빠트린 것이 발단이었다. 긴 사다리를 이용해 5m 깊이의 우물에 들어가 돈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10대 초반의 아들이 돈을 찾겠다고 우물 안으로 들어가고, 이어 소년의 누나와 형이 뒤따라 들어갔다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우물로 들어간 이웃주민들 4명 역시 목숨을 잃어 온 마을이 초상집이 되었다.
우물에 빠진 돈의 액수는 3,000리엘. 1달러가 4,000리엘이니 75센트쯤 되는 돈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액수도 큰돈이어서 생긴 비극이다. 지난 11일 싱글스 데이를 맞아 중국의 온라인 유통기업 알리바바는 단 하루에 9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홀로 있어 외로운 숫자 ‘1’이 넷 모인 날, 11월11일을 중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애인 없는 싱글들의 날로 삼아왔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놀던 이 날을 알리바바가 연중 최고의 온라인 샤핑의 날로 탈바꿈 시켰다.
그날 밤 특판 행사가 마감되던 즈음 알리바바 그룹의 잭 마(마 윈) 회장이 행사장에 나타났다. 창업 15년 만에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고, 사업은 계속 번창해 성공의 끝이 안 보이는 그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얼마나 행복하냐?”고.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별로 행복하지 않다. 너무 많은 돈은 고통”이라고 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240억 달러의 재산을 벌어들인 후 ‘돈은 고통’이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1달러가 못 되는 돈 때문에 7명이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사건이 떠올랐다.
너무 없어서 겪는 고통, 너무 많아서 갖는 고통 -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는 끝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돈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돈이 없어서 불행’ 하다거나 ‘돈이 많은 데도 불행’ 하다는 표현이 자연스런 이유이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학자들의 오랜 연구과제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소득이 많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 그로 인한 행복감은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결과이다. 매달 아파트 렌트비도 못 낼 만큼 쪼들리는 사람에 비해 넉넉하게 생활하고 저축도 할 만큼 여유로운 사람이 대개는 더 행복하다. 돈 걱정에 밤잠을 못자면서 행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소득과 행복감은 비례한다는 것이 정설인 데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2010년 프린스턴 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소득과 행복 간의 정비례는 가구당 소득 7만5,000달러에서 멈춘다. 그 이후에도 소득이 많아질수록 행복감은 높아지지만 상승 정도는 훨씬 낮다고 한다.
가난한 시절 얼마 안 되는 봉급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 지는 알리바바의 마 회장이 잘 안다. 중국의 문화혁명 직전에 태어나 배고픔을 경험하며 자란 그는 여러 번의 실패 경험과 알리바바의 엄청난 성공으로 돈과 관련한 체험의 폭이 누구보다 넓다.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대학 졸업하고 월급 20달러를 받았을 때, 꿈만 같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영어교사로 몇 년 일했었다.
“100만달러를 벌면 돈복을 타고 난 것이지요. 1,000만달러를 벌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생깁니다. 골치가 아파집니다. 수억 달러 혹은 10억달러 이상을 벌면 그때는 책임이 주어집니다.”
큰 부자가 되면 벌어들인 돈을 남들과는 다르게 쓰리라는 기대를 사람들이 하게 되고, 그 기대를 만족시킬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 많은 돈을 “집 10여 채 사는 식으로 쓸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그는 말한다. 남들을 돕는 일에 돈을 쓰는 것, 사회 환원의 책무이다.
“너무 많은 돈은 고통”인 이유로 그는 사업이 잘 될수록 더 잘해야 된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점, 사람들이 자기 자신보다는 돈 때문에 그의 주위로 몰려든다는 점 등을 들었다. 돈이 많아서 겪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 그는 자선단체 설립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보통사람들에게 돈은 항상 부족한 것, 부족한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정할 뿐이다. 같은 돈이라도 물건 사는 것보다는 음악회나 여행 등 추억에 남을 경험에 쓰는 것이 두고두고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나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쓸 때, 좋은 일에 기부할 때 뿌듯하고 행복한 것은 대개가 경험하는 일이다. 잔뜩 움켜쥐고 있던 손을 펼쳐내는 것이 결국 행복의 비결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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