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그러니까 W 부시 집권 제 2기 중간선거의 해로 기억된다. 롤링스톤 지에 상당히 도전적인 질문이 실려졌던 게. 부시는 최악의 대통령으로 훗날 역사에 평가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는 이런 식으로 답이 제시됐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그렇게 보고 있다"고.
2014년 중간선거가 끝났다. 그 결과를 이코노미스트지는 ‘대학살’로 비유했다. 참패 정도가 아니다. 민주당은 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그런 기록적 패배를 당한 것이다.
관련해 새삼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오바마는 훗날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하는 것이다. 위대한 대통령 반열에 들어갈까, 아니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분류될까.
링컨, 워싱턴, 프랭클린 루스벨트. 가장 위대한 대통령을 꼽을 때면 항상 나오는 이름이다. 그 다음 서열에 드는 이름들은 제퍼슨, 잭슨, 시오도어 루스벨트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새로운 정치적 프레임이 요구되는 시대를 맞아 새로운 비전 제시에 성공했다. 말하자면 한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적 지평을 열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실패한, 그러니까 ‘최악’ 으로 지목되는 대통령들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그 하나는 ‘무작위적 실패 형’ 대통령이라는 게 ‘대통령학’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았다. 그러나 시대를 보는 안목도, 능력도, 용기도 없다. 무기력, 무능력이 그 한 공통점이다.
또 다른 유형은 ‘자위적 실패 형’ 대통령이다. 도전에 응전을 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을 제시해 실패로 끝난 경우다. 이라크 전에서 시작돼 이라크 전으로 끝난 W 부시가 그 유형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그러면.
성공한 대통령, 그러니까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기회는 주어졌었다.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졌다. 월스트리트가 붕괴위기를 맞은 것이다. 패닉 상태에서 미국인들은 한 정치인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다. 담대한 희망을 외치고 나선 오바마에게서 뭔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런 그에 대한 지지율은 한 때 70% 가까이 치솟으면서 ‘정직과 신뢰’는 오바마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로운 표어가 등장했다.
‘In God We Trust’ -미국의 공식표어다. 그 문구에서 God이 빠지고Obama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In Obama We Trust’가 그것으로 진보를표방하는 단체들은 저마다 이 새로운 표어를 내걸고 나선 것이다.
6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은 일변했다.
오바마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이와 함께 신뢰도 사라지면서 ‘담대한 희망’도 증발했다. 그리고 만연하고 있는 것이 비관주의다. 미국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부분 미국인의 생각이다. 미래에 대해서는 더 비관적이다. 75%의 미국인이 자녀세대의 삶은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 못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에 대한 기대도 말이 아니다.
정부 불신도가 워터게이트 사태 이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In Obama We Trust’의 표어가 어느덧 ‘In Obama We Trust Not’ 으로 바뀐 것이다. 그 불신, 분노, 좌절감의 표출이 2014년 중간선거 결과다.
오바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러면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거기에는 ‘아직은…’이란 단서가 붙는다. 임기가 아직도 2년이 남아 있다.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훗날 역사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
해외정책에 전념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중간선거 대패 이후 오바마에게 쏟아지는 주문이다. 해외정책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릴 때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 제시와 함께.
그게 그런데 과연 가능할까. 해외정책에 관한 한 그동안 오바마가 보여 온 행보는 ‘무작위적 실패형’을 닮았다.
머뭇거리고 재기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친다. 시리아 사태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그랬다. 거기다가 레임덕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자신감 과잉 상태는 여전하다. 세계는 여전히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자만에 빠져 있다”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대세는, 그리고 역사는 내 편이란 의식에 젖어있다. 그런 오바마를 두고 나오고 있는 비판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In Obama We Trust’란 주술에서 미국은 벗어났다. 오바마는 그러나 여전히 그 주술에 갇혀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오바마를 일부정치 비평가들은 ‘미국의 정치에서 최악 종류의 지도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은 무엇으로 평가되는가. 그가 남겨놓은 선물로 평가된다. 그 선물을 그런데 민주당조차 받아들이기를 머뭇거린다. 그것이 오바마가 맞고 있는 정치적 현주소다.
오바마는 훗날 역사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까.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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