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신문들에는 노인관련 기사가 부쩍 많이 실리고 있다. 노인들의 은퇴 풍속도와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노인들의 수요에 맞춰 새롭게 떠오르는 직종 소개 등 고령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노인들에 대해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노화에 자연스레 따르게 되는 상실의 이미지에 더해 사회 경제적으로 부양을 해야 하는, 부담되는 계층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와 달리 노년층은 지금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파워를 가진 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공황을 겪은 이전 세대 노인들과 달리 풍요로운 전후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베이비부머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노년층이 탄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일 8,000명이 65세 생일을 맞고 있다. 2017년이면 50세 이상이 미국인구의 절반에 달하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이 때쯤이면 미국 전체 가처분 소득 가운데 70%가 이들 손에 쥐어져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처분 소득이다. 명목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정작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다면 그것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런데 이미 자식 양육과 부모 부양의 의무를 감당해 낸 노인들의 경우 수입은 젊은 시절보다 줄었을지라도 자신을 위해 지출할 수 있는 돈은 한층 더 여유로워졌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트렌드를 제대로 읽는 데 있다. 공략해야 할 곳을 잘 가려내고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마케팅의 ABC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공중파 TV 방송에서 노인들을 겨냥한 광고들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시청자 고령화라는 트렌드를 읽은데 따른 것이다. 물론 방송사들도 노년의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들을 프라임 타임에 배치하고 있다.
사실 노년층을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먼저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유럽 국가들이다. 연금제도가 잘 돼 있는 유럽에서 수적으로 크게 늘어난 노인들이 소비자로서 크게 우대받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백화점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계층은 노인들이다.
독일의 경우 노인들은 새 차 시장의 가장 큰 손이다. 독일 노인들의 새 차 소유비율은 젊은 층보다 훨씬 높다. 이런 현상은 독일에 국한되지 않고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노인소비에서 찾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70%의 가처분 소득을 갖게 될 50세 이상 장·노년층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비즈니스의 성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종에 따라, 제품에 따라 전략은 달라지겠지만 ‘은발의 큰 손’들에게 어필하려면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가령 인쇄물이 됐든 인터넷이 됐든 눈이 침침해진 점을 고려해 좀 더 큰 활자를 사용하고 웹사이트도 이용이 손쉽도록 꾸미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 베이비부머 가운데 40% 정도가 구매 관련 정보를 얻는 1차적인 수단으로 인쇄매체를 꼽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인 소비자들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노인들은 대단히 건강하고 ‘욕구’가 넘친다. 게다가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한인사회도 다르지 않다. 근대 이민이 시작된 후 오랫동안 한인노인들은 웰페어에나 의존하는, 경제적 독립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이민생활을 통해 경제적 부를 축적한 1세들이 빠르게 노년층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을 과거의 노인들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광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계층은 20대 남성들이라는 기존 이론은 점차 낡은 것이 돼 가고 있다. 한인 비즈니스들도 이런 변화를 올바로 읽어내 욕구와 능력을 가진 은발의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전략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미래는 노년층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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