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5년에 발생한 가장 중요한 세계사적인 사건을 든다면’-. 이런 질문이 던져지면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워털루 전투를 지적할 것이다.
그해 6월18일, 벨기에 남동부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은 웰링턴이 이끈 영국, 네덜란드 등 연합군에게 패배한다. 이 전투는 최후의 나폴레옹 전투로 여기서 패배한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돼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후 유럽은 근 한 세기동안 평화기를 맞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크림전쟁을 예외로 국가 간의 무제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 워털루 전투 2개월 전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의 탐보라 화산 폭발이 그것이다. 그 폭발로 표고 4,000m 이상 되던 산체의 윗부분이 날아가 현재의 높이는 2,851m로 주저앉았다.
분출된 화산재는 150여 억 톤으로 수천년래 지구 역사상 최대로 추정된다. 폭발음은 2,500 ㎞나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었고, 500㎞ 상공으로 뿜어낸 화산재는 반경 600㎞나 되는 지역의 하늘을 뒤덮어 한 주 동안 낮을 온통 캄캄한 밤으로 만들었다.
용암 분출, 해일 등 직접피해에 따른 사망자만 10만여 명으로 집계된다. 재난은 그것으로 그친 게 아니다. 전 북반구에 기후격변 상황이 엄습하면서 다음해인 1816년 미국의 북동부지역에는 6월에도 겨울폭풍이 몰아닥쳤다.
아시아와 유럽의 상황은 더 비참했다. 추운 여름으로 인한 대흉작, 식품가격 앙등과 함께 곳곳에서 폭동이 발생한다. 1818~1819년께 유럽대륙은 마침내 대규모의 공황사태를 맞게 되고 뒤따른 것이 유럽인들의 미국 이민러시다.
재난은 계속된다. 그것도 장기적으로. 기후격변과 함께 대가뭄과 대홍수가 교대로 잇달면서 새로운 전염병이 휩쓸게 된 것이다. 인도 벵갈만 지역에 신종 콜레라 박테리아가 출현, 아시아, 유럽 등으로 번지면서 수 천 만 명이 희생된 것이다.
이처럼 탐보라 화산폭발의 영향은 전 지구적(global)이었다. 그러나 1816년의 세계적인 기후격변이 탐보라 화산폭발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 세기도 훨씬 지난 후의 일로, 워털루 전투보다 더 세계사적 사건은 탐보라 화산폭발 일수도 있다는 진단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국가안보의 위협은 어디서 오나. 얼마 전까지 정답은 ‘경쟁관계에 있는 가상의 적국’이었다.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가상의 적국도 적국이지만 알 카에다 같은 초국가적 테러집단도 국가안보를 심각히 위협한다고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 회교 수니파 원리주의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이다. “…그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은 잊어버려라. 전 지구를 덮고 있는 이상기후는 머지않은 장래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요즘 들어 새로이 제기되는 주장이다.
일부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아니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DNI)의 경고다. 이미 5년 전인 2009년 DNI는 국가정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이상기후에 따른 위험과 재난이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 제출된 보고서 내용은 더 구체화됐다. 기후격변에 따른 전 세계적인 물 부족, 식량부족사태 등은 국가 간의 긴장을 고조시켜 대규모 전쟁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DNI 보고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테러리즘, 사이버공격 등을 여전히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 요소로 지목한다. 그러나 ‘이상기후가 가져올 재난’을 그에 못지않은 심각한 안보불안 요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물 부족, 식량부족 사태. 그리고 그에 뒤따르는 경제적 혼란, 폭동, 내란, 전쟁 등이 우려되는 재난이다. 거기에 DNI 보고서는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전 지구적인 전염병 창궐이다. 14세기 유럽과 근동지역을 휩쓴 것은 흑사병이었다. 19세기에 그 악역은 콜레라가 맡았다. 그와 유사한 사태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그 불길한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인가. 장기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가 풍요의 나라 미국에서도 일상화 됐다. 거기다가 유행병처럼 번져가고 있는 것이 에볼라 공포여서 하는 말이다. 에볼라(ebola)와 공포(fear)를 조합한 ‘피어볼라’(fearbola)란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피어볼라’의 원인은 그러면 어디서 찾아질까. 자만과 방심이라는 것이 뒤늦은 진단이다. 에볼라를 그저 ‘아프리카 토착병’ 정도로 여기면서 미국은 ‘세계 넘버 1’ 의료 기술과 보건 환경국가임을 자신 하다가 미생물로부터 역습을 당한 꼴이라는 거다.
그건 그렇고, 미국은 또 다시 4000여 명의 미군을 해외에 파견했다. 에볼라 ‘레드 존’인 서아프리카에 지상군을 파견한 것이다. 어떻게 보아야하나. ‘이상기후와 함께 달라진 국제경찰역할과 본토방어개념’- 그 새로운 유형의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시그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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