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논설위원)
최근 지인들의 부친상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2주 사이에 세분이 돌아가셨다. 연세가 많이 드셨고 편안한 죽음이라 남들은 호상이라곤 하지만 아버지를 잃은 자식의 슬픔은 후회 속에서 깊고 아릴뿐이란다. 그 아픔은 남이 대신 해 줄 수도 없는 것이다. ‘아름다운 퇴장’이란 위로의 말로도 치유되지 않고, 가슴 속으로 흘리는 눈물은 그저 그렇게 세월이 흘러야만 조금씩 닦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장례를 마치고 식당에 모여서는 오랫동안 죽음을 화제로 이야기들을 나눴다. 인명은 재천이니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으로 순서가 없고 대신할 수도 없으며 가져갈 수도 없을 뿐 더러 경험할 수 도 없는 것이라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후회하지 말고 살아 계실 때 잘 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오랜만에 우리들을 만나게 해 주셨으니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자주 보며 살자고 했다. 탄생의 등장도 중요하지만 죽음의 퇴장이 더 중요하다고들 하면서도 아름다운퇴장이 뭔지는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처럼 죽음은 인간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죽음은 단지 한 걸음 먼저가고 나중 가는 차이일 뿐이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던 절대 권력자도 마찬가지다. 있는 자와 없는 자도 물론이다. 사람은 누구나 갔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란?
공자의 말처럼 죽음을 제대로 알려면 먼저 삶을 이해해야 한다. 어떻게 죽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다. 행복한 인생의 마무리 없이 건강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 어렸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삶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한 삶의 조건은 ‘건강하게 살다가 건강하게 죽는 것’이다. 오죽하면 100세 시대를 맞아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앓고 사흘째 되는 날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라는 뜻의 ‘9988234’라는 말까지 회자 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오래 사는 것과 죽지 않는 것은 단지 인류의 영원한 꿈일 뿐, 행복한 삶이 곧 행복한 죽음이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장 후회하는 건?
오스트리아의 한 요양원에서 말기환자를 돌봤던 어느 간병인이 시한부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후회한 일들을 모아 기록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이 가장 후회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 일을 너무 열심히 해 아내, 자녀들과 따뜻한 가정생활을 하지 못한 안타까움, 자신의 감정을 숨긴 것이 어쩌면 ‘병’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 임종 직전에야 오랜 친구를 찾고 싶었으나 연락처조차 수소문 할 수 없어 절망스러웠던 옛 친구들의 소중함,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지 못했다는 자책 등 이었다.
이를 볼 때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한일보다 하지 않은 것,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 것, 주변의 소중한 이들과 행복을 주고받으며 친밀하게 지내지 못한 것,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더 많은 아쉬움을 갖고 후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은 신의 선물이고 죽음은 자신의 선택이다’
이는 잘 사는 것(well-being)과 준비된 죽음(well-dying)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 잘 살아야 할 것(웰빙)이고 죽음이 자신의 선택이라면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웰다잉)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잘 산다는 것이야말로 잘 죽기 위한 준비과정이고, 결국 죽음의 질은 삶의 질에 따라 좌우될 수 있음을 뜻함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려고 살지 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온 하나의 과정으로 죽을 맞고자 할 뿐이다. 이처럼 인생이란 삶이고, 그 여행의 끝은 죽음이다. 그래서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 그 답은 ‘보람된 삶’이 아닌가 싶다. ‘후회 없는 생’이야 말로 죽음이란 여행길에 가장 든든한 가이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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