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저음의 가수 레너드 코헨이지난 21일 80세가 되었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싱어송라이터로서 경력이 화려하고, 유대인으로 유대교인이자 선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한때 머리 깎고 승려 생활도 했던 그가 ‘80년의 생’을 두가지로 기념했다. 음반과 담배이다.
80세에 그는 여전히 현직 가수이다.
중절모 쓰고 활발하게 연주여행을 다니면서 새 곡들을 만들어 지난 23일새 앨범을 냈다. 나이와 관련해 그는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젊어서는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게 많이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그에게는 흡연이다.
음색과 음악이 담배연기와 잘 어울리는 그는 골초였다. 줄 담배를 피우던그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50세에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는 오래 전부터 “80살이 되면 담배를 다시 피우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 순간을 지난 30년 동안학수고대해왔다고 했다. “나이 80, 이만하면 살만큼 살았다. 언제 죽어도 여한은 없다. 그러니 건강 걱정은 그만 접자.” - 아마도 그는 이런 생각을 했을것 같다.
코헨의 흡연 선언은 이 시대의 두 가지 진리에 도전한다.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 - ‘흡연은 나쁘다’와‘ 오래 살수록 좋다’이다.
담배가 암이나 심장병 등 온갖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사실이다. 아울러 점점 늘어나는 기대수명은‘ 장수’를 우리의 당연한 소망으로 자리잡게 했다.
너나 할 것없이 몸에 좋다는 영양제와 처방약을 매일 한 움큼씩 먹고, 몸에 나쁘다는 것은 안 먹고 안 하며, 80이 넘어도 암 걱정에 정기검진을 빼놓지 않는 것이 밥 먹듯 자연스런 일이되었다. 코헨의 ‘담배’는 이런 흐름에 등을 돌리는 행위이다.
때마침 한 저명한 의학자가 잡지 애틀랜틱에 쓴 에세이가 공개되면서 말년의 삶을 맞는 태도가 지금 미국사회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전국 건강연구소(NIH) 임상 생명윤리국 디렉터인 이즈킬 임매뉴얼 박사의 에세이는 제목이 자극적이다“. 내가 75세에 죽고 싶은 이유”이다. 70대나 그 이상 연령층이 들으면 “나 이제 죽어야 하는 건가?” 싶은 제목이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80대, 90대까지 장수하는 게 반드시 좋은 건아니다. 삶의 질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75세 넘으면 육체적 정신적 기능에 문제가 온다. 그 나이면 사랑할 만큼 하고 사랑받을 만큼 받았을 것이다. 자녀들은 자리잡고 잘 살 것이고 손주들이 태어나 자라나는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그보다 더 오래 살면 가족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그러니 “75세에 죽는다면 나는 여한이 없겠다”고 그는 썼다.
그렇다고 자살을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생명연장을 위한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음과 죽음을 맞겠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대해 반론이 만만치 않다. 우선은 57세라는 그의 나이가 문제가 된다. “지금 젊어서 그렇지 나이 들어봐라. 75살 되면 더 살고 싶어지는법”이라는 핀잔이다. 아울러 의학이 날로 발달해서 그가 75세 될 때면 지금의 60세 만큼 젊을 것이라는 것, 과학의 발달로 얻어진 긴 수명을 적극 활용하는 게 바른 자세라는 주장들이다.
찬반을 떠나 코헨과 임매뉴얼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끝에 대한 인식이다. 그래서 젊어서는 건강지침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느 나이 이상이면 미래의 건강보다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챙기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코헨이 담배를 다시 집어든 이유이다. 건강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것 한번 못해보고 죽는다면 그 또한 가엾은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원 없이 산 사람은 조지번스이다. 평생 시가를 입에서 떼지 않았던 그는 “의사가 담배 끊으라고 했을때 그 말 따랐더라면 내가 그 사람 장례식에 못 갔을 것”이라며 100세 넘게살았다.
끝을 끝으로 받아들이면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가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76세에 복부 대동맥류로 사망했다. 의료진이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인공적으로 생을 연장하는건 격이 없어요. 내 할 일 다 했고, 이제는 갈 때입니다. 우아하게 가렵니다.”
얼마나 오래 살면 여한이 없을까? 사람마다 건강상태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바라는 수명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이가 되면, 그것이 75세든 80세든, 생명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자세는 필요하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이형기 ‘낙화’ 중> 아름답다. 격이있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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