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등산(Hiking)은 건강에 너무나 좋다. 등산은 시간당 530칼로리의 열량을 소비한다. 또 등 근육, 바깥쪽 허벅지, 인체의 중심기둥인 심부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등 온몸 운동이 된다. 자연이 주는 풍광은 뇌 건강에도 좋다. 하이킹은 삼림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좋은 공기는 장과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타대학과 캔사스대학 연구팀은 배낭을 짊어진 백 패커들이 4일 동안 전자기기 없는 자연 속생활을 한 후의 창조력 테스트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50%나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미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바 있다. 이처럼 셀폰이나 PC등에서 벗어나면 창조력도 향상된다.
그러나 이렇게 몸과 뇌, 마음에 좋은 등산도 조심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고 평생 불구로 살아갈 수도 있다. 지난 5월25일 한인들이 많이 찾는 뉴욕 헤리만스테이트공원 등산코스에서 50대 한인여성이 등산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고 시 911에 신고했으나 구급요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 여성은 등산을 자주하는 남편을 따라 처음 산행을 시작한 날이라 한다. 동행한 일원이 7명이나 되어 사전준비운동까지 하고 산을 올랐다는데 초행자에 대한 배려가 좀 모자라지 않았나 싶다. 등산 초행자가 있을 시에는 반드시 A조 B조로 나누어 초행자는 B조에 속하게 해 서두르지 않게 등산하도록 배려해야만 한다.
2012년 등산잡지기자 출신인 김선미씨가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란 책을 펴냈다. 10년 동안 산행하며 만난 인연들에 대한 기록과 통찰을 담아낸 책으로 산을 오르는 것은 정복(征服)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본성을 맞이하는 행위로 남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로 올라야 하며 인생도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전한다.
자주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산을 안다. 산이 좋아 혼자서도 산을 찾는 사람도 있다. 홀로 산에 갔을 때의 미묘한 감정은 가 본 사람만이 아는데 너무나 좋다. 속세(俗世)를 벗어난, 자연과 합일(合一)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혼자의 산행은 피하는 게 좋다. 위험하다. 지인 중에 혼자 산을 찾은 사람이 있었다.
산은 하산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이 분도 내려가다 사고가 났고 발목이 부러졌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셀폰도 터지지 않았다. 차가운 겨울이라 밤새 산에 있다간 무슨 변을 당할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겨울 산을 찾은 외국청년 4명이 이 사고를 목격하고 그를 구조해 냈다. 그는 그 후 등산을 중단했다.
낙상으로 인한 사고는 좀 낫다. 생명까지 잃는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게 등산이다. 9월21일 뉴저지 패세익 카운티 산행 길에 나선 한인2명을 포함한 럿거스대학생 5명이 무게 299파운드의 흑곰을 만났다. 이들은 곰을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나중에 다시 만났으나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인도계 다쉬 파텔(22)이었다.
이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패세익카운티 셰리프국과 뉴저지환경보호국 직원과 함께 수색에 나섰으나 파텔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파텔주변을 떠나지 않고 30야드 주위를 서성이던 흑곰은 사살됐다. 파텔은 곰에게 물린 자국이 나 있었다고 한다. 뉴저지에서 곰의 공격으로 사람이 죽은 것은 1852년 후 처음일이라 한다.
등산단체의 한 고문은 “단풍이 시작되는 가을철은 겨울잠을 앞둔 곰들의 식욕이 가장 왕성해지는 시기로 먹이를 찾아 나선 곰들을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며 “휴대용화염방사기를 소지하는 것도 유사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사람이 곰에 물려죽다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건강에 좋은 등산도 사고가 나면 안 하니만 못하다. 등산을 즐기려면 체력에 맞는 코스를 택하고 초행자에 대한 배려는 당연히 해야 한다. 또 야생동물이 나타나는 곳에는 화염방사기 같은 것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몸과 마음에 좋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만나는 등산이라도 생명과 맞바꿀 것은 아님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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