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는 강세를 보였다. 세계의 증시는 일제히 반등세로 돌아섰다. 카메론 총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드리드도, 베이징도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분리주의 운동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주민투표 개표결과 ‘반대’ 55%, ‘찬성’ 44%로 스코틀랜드 독립이 무산 된 날의 표정이다.
“영국은 여전히 G7의 경제대국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한 영국언론의 보도로, 그 행간, 행간에는 어딘가 다행이라는 표정이 엿보인다.
그러면 이로써 게임은 끝난 것인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시도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영국은 예전의 영국이 더 이상 아니다.” 한 영국 내 관측통의 말이다.
“보수당과 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정치 기득권은 리더십을 상실했다.” “영국의 정치가 근본에서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 영국을 분열에서 막아낸 것은 여성들이다. 절대다수의 여성유권자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44%의 유권자가 독립을 찬성했다는 것은 영국이 앞으로 준 연방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계속 이어지고 있는 진단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시도는 불발로 끝났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소리다.
외부에서의 시각도 비슷하다. 분리주의운동이 일어났다는 그 자체로 영국의 국제적 위상은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줄곧 쇠망의 길을 걸어왔다. 그 대영제국의 정치적 영향력은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부상과 함께 상대적으로 약화되어왔다. 그 상황에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실시됐다는 것은 ‘움츠러들고 있는 영국’- 바로 그 증거가 되고 있다는 거다.
그 영국이 과연 주요 해외정책의 진정한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여기에는 그러면 그토록 부정적 요소만 있는 것인가.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 전 세계의 독립국가 수는 68개에 불과했다. 오늘날에는 195개를 헤아린다. 그러니까 지난 70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 세계의 국가 수는 앞으로 수 십 년 내에 최소 50개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이 급격한 국가 수 증가를 불러오고 있나. 내셔널리즘, 좀 더 좁혀 말하면 ‘민족자결권’이라는 보편적 원칙의 확산이다. 이 민족 자결권 이라는 게 그런데 그렇다. 전쟁이나, 전쟁에 준하는 유혈사태 없이 확보된 경우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제국이 붕괴한다. 그 시신을 딛고 일어선 것들이 근대 형 민족국가들이다. 1차 대전 종결과 함께 합스부르크제국, 로마노프제국, 오토만 제국 등이 무너지면서 많은 민족국가들이 탄생한 것이 그 한 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많은 독립국가가 탄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련제국 붕괴 이후도 같은 현상이 발견된다.
전후 탄생한 이 국가들은 그러면 완전한 의미의 민족국가들인가. 그렇지도 않다. 언어와 문화, 전통이 다른 소수민족과 혼합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오늘 날 발칸지역과 중동지역에서 보듯이.
글로벌시대에도 때문에 내셔널리즘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게 되고, 거기에 따르는 분리주의운동 확산과 함께 더 많은 국가들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내셔널리즘에 바탕을 둔 분리주의 운동이 과연 평화롭게 이루어 질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전망은 부정적이다. 체첸분리주의운동은 가혹한 운명에 봉착했다. 러시아에서의 상황이다. 위구르, 티베트 등 소수민족 움직임에 조그만 치의 숨통도 허락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다. 서구 국가의 일원이지만 바스트분리주의자 움직임 등에 여간 가혹하지 않은 게 스페인이다.
투표로 좌절된 스코틀랜드 독립시도- 여기에서 긍정적 요소는 찾을 수 없는 것인가.
함께 있기를 원치 않는다. 그 경우 국가는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민주적 절차를 통해 그 의사를 확인한다. 그게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였다. 무엇을 말하나. 영국의 민주제도는 여전히 살아있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보여준 것이다.
제국의 역사는 쇠망의 역사이기도 하다. 숱한 제국들이 일어섰다가 결국은 무너졌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한(漢)제국에서, 최근의 나치, 소련제국에 이르기까지. 그 제국들의 위대성은 어디서 찾아지나. 통치 기간이 길었다는 데에서 찾아지는 게 아니다. 어떤 위대한 유산을 남겼는가에서 찾아진다.
자칫 유혈사태로 번지기 십상이다. 내셔널리즘에 근거한 그 분리주의 운동을 민주주의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평화롭게 매듭지었다. 대영제국의 위대성은 바로 여기서 찾아지는 게 아닐까. 비록 쇠망기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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