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12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자국의 과거 가해 역사에 대해 사죄하고 진정어린 반성을 보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각성시킨 공이다.
메르켈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후 출생한 독일의 첫 총리임에도 지난 해 8월 과거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량 학살 수용소를 찾아 사죄했고 올 9월에는 중국 칭화대 강연을 통해 독일의 침략 역사 반성은 고통스러웠지만 옳은 일이었다고 강조, 가해국과 피해국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했다.
한국 지도층에서 이제야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적극 받아내야겠다는 각성이 드는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이 지난 20년간 미주한인들이 앞장서 위안부 이슈화 캠페인을 미국을 비롯 전세계에 알린 덕분이다. 일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 미 전역으로 소녀상과 위안부 기림비가 퍼져나가고 있고 이제는 미국인들과 유럽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미국내 50개주 최초로 버지니아주 의회가 올 초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 병기를 의무화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선조들이 2,000년 넘게 사용한 ‘동해’ 라는 이름이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정부가 강제로 ‘일본해’로 표기를 바꾼 뒤 해방 수십년이 지나도록 동해라는 우리 이름을 찾지 못했다. 2011년 미 국무부가 일본해의 단독 표기를 인정하는 발표를 하자 미주 한인들이 앞장서 10만동포의 서명을 담아 백악관에 동해병기를 청원했고 한인단체들이 결집하여 법 개정을 위한 정치인 설득작업을 시작하여 ‘동해’ 이름을 찾은 것이다.
뉴욕을 비롯 워싱턴 D.C, LA 등 3대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 일본의 사과와 보상, 위안부 이슈화 캠페인은 한인이라면 누구나 한마음 한뜻이 되고 있다. 그런데 오는 20일~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캐나다와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주 한인사회가 환영과 비판으로 양분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주총연은 ‘환영성명’을 통해 유엔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 하는 한국의 모습을 미국에서 보여 달라고 했다. 한인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 USA’는 대통령 방미에 맞추어 뉴욕타임스에 제3탄 세월호특별법 관련 한국정부 실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광고를 낼 것이라고 한다.
미주한인사회가 환영과 규탄 두 가지로 갈라진 것을 보는 대다수 한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에 최초의 한인이민자들이 정착한 하와이에서 일어났던 동포사회 분열 양상이 떠오른다.
미국 유학후 고국에 돌아갔다가 일경을 피해 하와이로 온 이승만은 교육준비론을 겸한 외교전진론을, 박용만은 무력급진론을 주장했다. 서로 생각이 다른 두 독립운동가 박용만과 이승만의 정면충돌은 그동안 단합되어 오던 동포사회를 뒤흔들었다.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는 한인노동자들은 창립된 국민군단에 들어가 낮에 일하고 밤에 훈련받는 노고 속에서도 조국을 찾는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중에 이승만이 소수의 병력으로 일본을 물리친다는 것은 허황된 생각으로 군대 해산을 해야 한다니 다들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회가 총회관 신축기금 모금을 시작하자 이승만도 학교설립 기금을 모금 하는 등 서로 비판하며 따로 행동하자 하와이 한인사회도 둘로 나눠졌다.국민회 중앙총회 회장 안창호가 갈등과 분규를 해결하려 했으나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갔고 지도부가 분열된 상태에선 어떤 단합도 없었다. 결국 8.15 해방은 우리 힘으로 이루지 못했다.
서로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면 점차 골은 깊어가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나중에 봉합이 되어도 완전 치유가 되지 않는다. 지금 누군가와 의견이 다르다면, 분단된 조국을 둔 한민족이니, 같은 뉴욕에 사니, 같은 교인이니, 피를 나눈 가족이니 등등, 여러 이유를 대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해를 시도해보자.
객관적으로 멀리 내다보면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없다. 그래도 안되겠다면 영원히 남남이 되는 것인데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안 마주치고 살 수도 없고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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