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희 KCS 키즈라인 컨설턴트>
오랜 아프리카의 속담이기도 하면서 1996년 당시 퍼스트 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출판한 It takes a village: And other Lessons Children 에서 다시 인용이 되면서 유명해졌던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움직여야 한다) 라는 말이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 에반이를 키우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이 말이 참 맘에 와 닿는다.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지속적인 손상을 보이는 신경 발달장애이다. 일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반면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사회성 발달이 힘들기 때문에 쉽게만 보이는 의사소통이라도 반복적으로 세심하게 알려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자폐아를 둔 부모들에게 상당한 도전이 아닐 수가 없다. 사회성이 결핍되어 아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 등에 일반인들의 눈길이 곱지 많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집이나 학교처럼 아이에게 익숙한 장소 뿐 아니라 다소 새로운 장소에도 아이들이 나아갈 필요가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편견에 계속하여 부딪치면서 아이를 계속적으로 세상 속으로 내보내야하는 부모의 입장은 지치기도 하지만 이루 말할 수 없시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아이들은 혼자 클 수가 없다. 부모와 학교, 그리고 커뮤니티가 성공적인 공동체로 일해나갈 때 아이들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다. 따라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 하나가 움직여야 한다는 그 속담은 여느 아이들에게 속하는 말이다. 에반이의 경우는 자폐가 있기 때문에 부모와 커뮤니티가 같이 움직여야 하는 부분에서 부모들이 아이의 장애로 겪었던 아픔을 성숙하게 가슴에 묻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
나는 오늘 이 칼럼을 통해 뉴욕 한인 커뮤니티가 에반이와 같은 자폐성 장애아들을 위해 온 마을 하나가 움직이는 마음으로 함께 한 일을 자랑하려고 한다. 바로 지난 토요일 센트럴 팍에 있었던 자폐 리서치 및 옹호 기관인 ‘아티즘 스픽스’ 주관의 4마일 레이스였다.
자폐성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은 하나같이 한결같다. 아이가 꾸준히 발전하여 언젠가는 독립적인 삶을 부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완전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기에 언젠가는 아이의 손을 놓아서 아이가 혼자 이 세상에 살아가야 할 때 아이를 보는 세상이 좀 더 따뜻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바람에서 나는 에반이의 다른 모습을 좀 더 긍정적으로 알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써가는 한편 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마라톤과 자폐성 장애아를 키우는 모습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여 3년 전부터 꾸준히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아이 때문에 심신이 지쳐있던 내가 그렇게 조금씩 즐거워지고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에반이를 이해하고 그를 위해 함께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소망을 품기 시작했다.
2년 전 처음으로 출전한 해프 마라톤을 시작으로 작년 두번 완주한 마라톤을 거쳐 오면서 이러한 소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사실 이러한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분히 먼 훗날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올해 내가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뉴욕 한인 마라톤 클럽에서 나의 작은 소망을 이루어주었다. 아직도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동호회 활동을 제대고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동호회에서는 지난 토요일 자폐성 장애인을 위해 열린 4마일 대회를 ‘팀 에반’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와 에반이와 함께 뛰어주었던 것이다. 그들은 에반이를 위해 세세한 대회준비까지 모두 진행을 해주었으며 에반이가 참여한 어린이 달리기 대회에도 끝까지 남아 에반이를 응원해주었다.
다른 아이들은 경쟁하듯이 결승선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것에 비해 에반이는 걷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아빠가 안고 가기도 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마지막에는 나름대로 달려서 결승전으로 들어갔다. 맨 마지막 주자였지만 그를 응원해주는 동호회 분들이 있어 에반이의 달리기는 빛이 나 보였다고나 할까.
내가 대회의 결승선을 지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던 것은 에반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함께 달렸으면 했던 나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아직도 이 세상은 다른 이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아름다운 것을 절실하게 느껴서였을 것이다. 에반이는 언젠가 내가 그 곁을 지켜줄 수 없을지라도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 속에서 행복하게 커 갈 것을 나는 보았고 느꼈으며 확신했다.
장애가 있어 더욱더 남에게 따뜻함을 가르쳐주는 에반이가 나의 아들이어서 고맙다. 장애가 있어 본인이 가장 힘들 텐데도 에반이가 항상 행복해서 나는 고맙다. 에반이의 다름을 편견을 갖지 않고 그대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뉴욕한인마라톤 클럽 동호회분들이 에반이를 통해 온 마을을 움직여주어 나는 너무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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