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다.” 29대 미국 대통령 워런 하딩, 그러니까 부동의 ‘최악의 대통령’타이틀을 지닌 하딩이 ‘대통령 직’에 대해 일찍이 한 말이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더 직설적 발언을 했다. ‘대통령 직 못해먹겠다’고 했던가. 요즘 오바마 대통령 심정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오바마 해외정책은 실패작이다. 부시만도, 카터만도 못하다’-. 보수, 진보를 가를 것도 없다. 언론마다 오바마 성토에 여념이 없다. 내홍(內訌)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해외정책, 특히 중동정책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악의 화신’이라고 밖에 딱히 다른 표현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름 하여 ‘이슬람 국가(the Islamic State)’라고 했나. 스스로 칼리프제국임을 선포했다. 그 수니파 극렬 반군집단(IS)이 맹렬한 기세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목을 자른다. 생매장을 한다. 코란이 아니면 죽음이다. 인종청소를 공공연히 외친다. 7세기 칼리프제국 시대가 아닌 21세기 벌어지고 있는 초현실적 사태다. IS가 점령한 지역에서.
알 카에다. 탈레반. 헤즈볼라. 보코 하람…. 하마스. 근본주의 이슬람이스트 테러집단의 면면들이다. 이 잔인무도한 테러집단의 종합, 총결정판. 그게 IS다.
한 관측통은 IS를 알 카에다에, 킬링필드로 악명을 떨친 크메르 루주, 그리고 나치가 합쳐진 괴물로 묘사한다. 이 괴물은 시리아 내전에서 증오와 피를 마시며 급성장했다. 그리고 불과 2개월 남짓한 사이 마치 치명적 바이러스가 맹렬한 기세로 번지듯 이라크 전체 영토의 3분의 1을 장악하면서 중동의 정치지도를 새로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 탓인가. 먼저 W. 부시에 시선이 쏠린다. 그러나 보다 근인적인 원인제공자는 오바마라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마침내 오바마와 힐러리는 각기 제 갈 길을 가는 상황을 연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레드라인을 설정했다. 화학무기 사용이 그것이다. 시리아의 아사드 체제는 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전 세계가 오바마를 주시했다. 그 순간 푸틴이 태클을 걸어오자 뒤로 주춤 물러섰다. 레드라인은 유야무야가 되고 만 것이다.
우유부단, 말뿐인 레드라인 남발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 가운데 시리아내전은 계속 확산됐다. 그러나 방관자자세로 일관했다. 클린턴 국무부 팀이 온건파 시리아 반군지원을 수차 건의했으나 번번이 묵살됐다. 오바마 백악관으로부터. 그러다가 ‘IS의 쾌속진군’이라는 위급 상황을 맞자 공습명령을 내렸다. 오바마의 이 갈 지(之)자 행보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밖에서의 비판은 쉽다. 그러나 병(兵)은 흉기다. 군사행동은 그러므로 신중을 요구한다. 리얼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한 쪽에서의 주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트레이드마크인 ‘멍청한 짓을 하지 마라(Don’t Do Stupid Stuff·DDSS)’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는 그러면 해외정책에 있어 리얼리스트인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로버트 카플란의 지적이다.
키신저 같은 현실주의자들은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먼저 협상을 택한다. 그러나 벼랑 끝 전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에 취할 수순을 사전에 밝히는 일은 않는다. 공습을 하면 했지 지상군 투입은 없다란 말은 미리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거다.
“오바마의 문제는 전략적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세계의 주요지역에서 동시에 2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다’-미국의 기본 군사전략이었다. 그 전략을 공공연히 폐기한 것부터가 그렇다는 것이다.
파워는, 다시 말해 국제 안보는 진공상태를 혐오한다. 미국이 철수해 공백이 생기면 다른 침략적 세력이 그 공백을 메우고 나선다. 이런 상황을 배제하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 주요지역 동시 2개 전쟁수행 능력유지였다.
유럽에서 철수 했다. 또 중동에서도. 이와 동시에 내건 정책이 아시아 회귀전략이다. 그러자 얼마 못가 발생한 게 푸틴 러시아의 그루지야와 크림반도 침공이다. 중동에서는 이란과 근본주의 지하드세력의 공세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의 이라크 공습명령은 아시아에서 중동으로의 재 회귀를 알리는 신호가 아닐까.” 공습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 공습 한 주가 지난 현재 이런 주문들이 쏟아지자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다.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움직임이다. 중국은 남중국과 동중국해역에서 살라미전법을 구사하면서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보여 왔다. 이라크사태에서 우왕좌왕, 오바마 백악관이 웃음꺼리가 되면 중국의 행보는 극히 단호해질 수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상황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계속되는 카플란의 말이다.
‘수퍼 파워에게 은퇴란 있을 수 없다’-누가 한 말이던가. 그 말이 새삼스러운 게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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