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윤성 논설위원
▶ yoonscho@koreatimes.com
기술이 진보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하루가 다르게 첨단화 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고작 대면 대화나 전화, 혹은 편지 등으로나 오갔을 커뮤니케이션이 이제는 공간을 초월해 다양한 방식으로 편리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이에 따른 문제점도 많아졌다.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히 말과 문자가 오고가는 행위가 아닌, 서로의 의사가 명확히 교환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인터넷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메일을 보낸 사람들은 메일을 받은 상대가 실제로 이해한 것보다 훨씬 더 제대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미스커뮤니케이션은 종종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관계를 손상시키기도 하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비극은 역사 속에서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851년 프랑스 나폴레옹 3세 때의 대학살이다.
폭도들이 궁정을 습격하자 호위대 부관이 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지병인 천식을 앓고 있던 대장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심한 기침을 했다. 그러면서 ‘마 사크레 투’(나의 지독한 기침)라는 푸념을 내뱉었다. 그런데 부관은 이 말을 ‘마사크레 투’(모두 죽여)로 잘못 알아들었다. 이후의 비극적 사태는 역사에 기록된 그대로다.
지난 2007년 한국 대선 당시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국무부에 타전한 보고서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현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을 조심하라”고 경고한 말을 정 회장이 “이명박을 돌봐주라”는 말로 오인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만약 그랬다면 이것이 초고속 승진의 발판이 됐을 것이라고 ‘운 좋은 전환’이라는 제목의 보고에서 분석했다.
소문의 총체적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명박 개인에게는 ‘운 좋은 전환’이었던 해프닝이 한국에는 대단히 ‘운 나쁜 전환’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현대사의 흐름을 나쁜 쪽으로 틀어 놓은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스커뮤니케이션보다 더 나쁜 커뮤니케이션은 한쪽으로만 이뤄지는 원웨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을 전제하고 있다. 한쪽으로만 흐르는 커뮤니케이션은 교감의 부재를 개의치 않는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기보다 위에서 밑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방식일 뿐이다.
지난 달 중순 새로운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현직 문화부 장관을 면직시켰다. 후임이 없는데도 장관을 면직시킨데 대해 평소 문화부 장관이 청와대 회의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대통령에게 찍혔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세월호 참사 후 내각 총사퇴를 건의했더니 대통령이 “그런 말씀 마시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장관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상식적인 건의다. 이런 말조차 하기 힘들다면 청와대에서 열리는 회의의 분위기가 어떠할지 짐작키 어렵지 않다.
대통령이 안 좋은 표정으로 장관의 말을 싹둑 자르는데 어느 누가 진솔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을까. 보도를 통해 매일 접하게 되는, 대통령은 장문의 원고를 읽어 내려가고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은 어색한 듯 받아쓰는 척 하거나 컴퓨터에 시선을 두는 모습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생동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듯 경직된 분위기에서 창조적 발상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대하는 것은 삶은 콩에서 싹 나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무망해 보인다.
이런 나쁜 커뮤니케이션을 보며 따라 배웠는지 며칠 전 열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통일부 장관이 대북제재 문제를 제기하던 한 민간위원의 발언을 중간에 싹둑 잘라 구설에 올랐다. 다양한 의견수렴이라는 준비위 취지를 무색케 하는 행태이다.
버나드 쇼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노정해 온 대통령이 지난 재보선에서 내려진 무능 야당에 대한 혹독한 심판을 행여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로 착각하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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