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한국뉴스를 찾다가 아주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발견하였다. 바로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와 GAG이다. 어쩌다 그것을 알게 된 이후 기회가 있으면 곧잘 찾아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건강한 웃음인 까닭이다.
미국의 코미디가 재미있다지만 영어실력이 모자라서 이해가 어렵던 차에 좋을 볼거리가 생겼다. 이 프로를 보면서 놀란 것이 많다. 우선 청중이 많다는 것이며, 그들의 대부분이 청춘남녀들이다. 넓은 장소를 메운 그들이 출연자와 함께 웃어대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들을 웃게 하는 출연 종목이 다채롭고 사회의 시사성을 띠고 있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하나의 시사평론을 웃음으로 버무린 음식을 대접받는 느낌이다. 출연자의 수효가 많고, 그들의 분장과 소품, 장소를 상징하는 간단한 배경 등이 지혜롭고 전문적이다. 한번 공연에 짧은 각종 주제를 이어가기 때문에 변화가 무쌍하고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모이는 청중들은 이미 단골인 듯 출연자들을 잘 알고 있으며, 좋아하는 그들이 나올 때마다 환호한다.
필자가 즐기는 것은 이 모든 분위기다. 우리는 기쁨,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등의 온갖 감정을 제어하고,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었다.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형태인가. 즐거울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괴로울 때 소리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예의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라면.
하여튼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즐기는 것을 보며 밝은 앞날을 꿈꾼다. 건강한 웃음은 넌센스가 아니다. 넌센스는 사려가 깊지 않은 사람이 혀끝에서 나온다. 그래서 무의미한 말, 헛소리, 어리석거나 터무니 없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공연물은 넌센스의 분위기를 만들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반대로 건강한 웃음으로 보여주는 공연물은 웃음을 자아내고, 그 웃음은 에너지를 공급한다. 아니, 바로 에너지다.
사람과 기타 동물과의 차이 중의 하나가 웃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끼면 아깝다. 화날 일이 있을 때 우선 웃고 볼 수는 없을까. 때리고 싶을 때 불끈 쥔 제 주먹을 보고 웃을 수는 없을까. 욕하고 싶을 때, 그 입으로 웃을 수는 없을까. 슬플 때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눈을 감을 수는 없을까.
웃고 싶을 때 배꼽을 쥐고 한바탕 웃어보자. 웃고 싶을 때 소리 내어 크게 웃자. 웃고 싶을 때 옆의 친구를 흔들며 같이 웃자. 이렇게 웃음이 번지면 가족, 동네...그리고 세계로 웃음의 파도가 퍼져나가지 않을까.
어린이들과 ‘웃지 않기’와 ‘웃기’놀이를 했다. 첫 번째 ‘웃지 않기’ 놀이 때 어린이들은 제각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아무리 우스갯소리나 몸짓을 하여도 입을 꼭 다물고 눈을 반쯤 뜨고 참느라고 무척 애썼다. 그러다가 드디어 웃음보가 터진 것은 하찮은 말 때문이었다. “너, 눈 뜨고, 귀에서 손을 떼어”라고 하는 누군가의 한마디였으니까. 웃지 않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웃기’놀이 때도 쉽지가 않았다. 너 바보야 ‘하하하’ 너 못생겼어 ‘호호호’ 너 꼴찌야 ‘후후후’ 네가 내 연필 가져갔지? ‘히히히’ 하다가 ‘너하고 안 놀아’ 는 말이 떨어지자 ‘왜?’ 라는 의문사가 튀어나왔다. 무슨 말을 하든지 웃음으로 대답한다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그래도 예로 든 두 가지 놀이는 재미있게 웃음을 자아낸다.
한 사람의 얼굴 중에서 웃을 때의 얼굴이 가장 보기 좋다. 실눈이 되거나, 보조개가 오목 들어가거나, 이가 빠진 자리가 비어있거나, 양쪽 볼이 발갛게 되거나, 혹은 주름으로 뒤덮인 얼굴이 파도치는 것이 웃을 때의 얼굴이 아닌가.
한국 내외의 한국인들이 유머부자, 웃음부자가 되면 좋겠다. 서로 웃음을 띠며 따뜻한 손을 마자 잡은 채로 살고 싶다. 웃음은 사물의 긍정적인 해석에서 얻을 수 있고, 내 자신의 미소가 타인의 미소를 마중하는 웃음으로 이어지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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