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C2 에듀케인션 대표)
오늘은 2014년 7월 20일자 뉴욕 타임지에 실린 ‘시험’에 관한 기사를 소개하려고 한다.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헨리 로디저(Henry L. Roediger III) 교수가 쓴 이 글은 시험을 교실 안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리서치를 통해 시험의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한 로디저 교수는 ‘시험’이라는 수단이 우리의 두뇌에 인식된 ‘정보’를 ‘기억’으로 자리잡도록 도와준다고 말한다. 소위 ‘리트리벌 프랙티스 이펙트(Retrieval Practice Effect, 추출 연습 효과)’라고 불리는 이 효과는 우리 학생들의 학습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퍼듀(Purdue) 대학의 심리학자인 제프리 카픽(Jeffery D. Karpicke)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로디저 교수는 학생들에게 특정 지문을 읽게 했다. 그리고 나서 학생들에게 백지를 나눠 주며 좀 전에 읽었던 지문에 대해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기억해서 적어 보도록 지시했다. 학생들은 백지 테스트를 통해 읽은 지문의 70% 정도의 정보를 기억해 냈다고 한다. 이어서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지문을 읽게 하고, 이번에는 백지 테스트 대신 해당 지문을 다시 한 번 읽게 했다. 즉 똑같은 지문을 두 번 읽게 함으로 동일한 지문에 100% 다시 노출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틀 후, 혹은 일 주일 후에 해당 학생들에게 두 지문에 대한 진짜 시험을 보게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분석했는데, 백지 테스트를 보았던 지문의 내용을 두 번 읽은 지문의 내용보다 훨씬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는 효과적인 학습의 중요한 키포인트를 제공한 실험이다. 기존의 학습이 강의나 읽기를 통해 주로 새로운 정보를 축적하는데 많은 중점을 두지만, 이렇게 축적한 정보의 대부분이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로디저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시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의 두뇌에서 추출되고, 다시 저장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정리되고 기억된다는 것이다.
로디저 교수는 이 실험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보았는데, 이 역시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 주었다. 로디저 교수팀은 똑같은 내용을 각 기 다른 두 학급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쳤다. 그리고 한 학급에서는 이 내용에 대해 세 번에 걸쳐 퀴즈를 치르게 했고, 또 다른 학급에서는 퀴즈 대신 세 번에 걸쳐 리뷰를 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두 학급에서 동일한 시험을 보게 했다. 그러자 세 번에 걸쳐 퀴즈를 보았던 학급은 A-의 평균을 받았고, 퀴즈 대신 세 번에 걸쳐 리뷰를 했던 학급은 C+의 평균을 받았다고 한다.
학습 현장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부담이 적은 퀴즈식의 시험이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고, 이용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과를 보여 준 실험이다. 시험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은 시험을 통해 당락을 결정하는 표준 고사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습 직후 이루어지는 퀴즈는 오히려 학생들의 두뇌를 보다 능동적으로 만들어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지식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발견은 학습 시 주어지는 퀴즈의 간격이다. 동일한 내용에 대해 시간 간격을 두고 퀴즈를 내게 되면, 더욱 강력한 학습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첫 번 퀴즈를 통해 익힌 내용을 잊어버릴 즈음해서, 다시 퀴즈를 보게 되면 기존의 내용을 더욱 기억해 내려는 두뇌의 노력이 들어가게 되고, 이를 통해 더욱 강력한 학습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 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은 짤막 짤막한 퀴즈를 통해 우리의 두뇌가 습득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연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퀴즈는 매우 유용한 학습 툴임이 증명된 셈이다. 이를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디저 교수팀의 설명은 개인의 학습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특별히 백지 테스트는 해당 내용에 대한 마땅한 퀴즈가 없을 때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특정 부분을 공부하고 나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공부한 부분을 백지에 정리해 보면서 기억해 내는 것이다. 기존의 노트 정리와도 비슷한 이 과정은 책을 보면서 하는 노트 정리와는 달리 책을 덮고 하는 노트 정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순전히 머리 속에 저장된 지식에 의존하여 노트 정리를 하는 작업을 통해, 머리 속 지식을 보다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저장하는 것이다.
똑똑한 학습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시험을 보자. 스스로 시험을 만들어 보고, 이러한 시험을 통해 두뇌를 강화시켜 보자. 책에 밑 줄을 긋는 대신, 우리의 두뇌에 체계를 세워 나가자. 훨씬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로디저 교수의 원문을 읽고 싶은 사람은 http://www.nytimes.com/2014/07/20/opinion/sunday/how-tests-make-us-smarter.html?_r=5 를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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