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어떤 이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 이야기인가, 이제 그만하자고 할지 모르지만 세월호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유가족이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가 12명이나 된다. 아직 사고 수습도 진행 중이고,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이나 법적 책임소재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국회의 특별조사위원회는 방향조차 못 잡고 있다.
실종자를 거의 다 찾았고, 국민적 애도도 할 만큼(?) 했고, 장례를 치렀고, 눈물을 보인 대통령의 사과로 세월호 참사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망각이지 끝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이 바쁜 일상과 사회 정치적 이슈들에 묻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세월호 참사는 기억에서 밀려남이지 끝난 게 아니다. 급하고, 바쁘고, 빨리빨리, 대충대충, 슬쩍슬쩍 살다 보니 일어난 게 세월호 사건 아닌가? 세월호 참사는 결코 망각 되거나 일이 바쁘다고 밀려나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언제 또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진정 여기서 완전한 끝맺음을 해야 한다. 사고의 실체적 원인이 밝혀져야 하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 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사회적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적 자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부실과 비리, 각종 적폐들과 음성적 관행들이 없어지고, 각종 재해와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구조 시스템이 갖춰지고, 모든 시민의 마음에 사람 먼저의 가치관이 생기고 안전 불감증이 없어질 때 비로소 세월호 사건은 종결되는 것이다.
교회를 비롯하여 종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교회와 종교는 달라져야 한다. 교회와 종교 역시 세월호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회 곳곳에 인간의 가치보다 물질주의가 팽배하고, 내실과 안전보다 성장주의가 득세하고, 정직과 성실보다 유착과 적당주의가 뿌리를 내릴 때 교회와 종교는 어디에 있었는가?
비록 다는 아닐지라도 많은 종교인들 역시 세속적인 성공이나 외형적 성장과 번영을 신의 축복이라 외치며 부추겨왔고, 종교적 가르침의 구체적 실천보다 교회의 대형화와 교인 수 늘리기에 몰두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종교인의 이러한 세속적 모습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몇몇 목회자의 발언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명성교회의 담임인 김 모 목사는 이렇게 설교 했다. “죄에 빠진 우리나라 국민들을 회개시키기 위해서 하나님이 아이들을 제물로 삼아 세월호를 침몰시켰다” “하나님이 (세월호를)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닙니다. 나라가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은 그래선 안 되니 어린 학생들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준 것입니다.”
한기총이라는 교회 연합단체의 부회장을 맡은 조 모 목사는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가난한 자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논문표절로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는 한국 사랑의 교회 오 모 목사는 지난 4월 남가주 사랑의 교회 세미나에서 ‘국민정서 미개 발언’을 세월호 유가족과 연결시켰다. “여러분 아시지만 한국은요, 정몽준씨 아들이 (국민들이) 미개하다고 그랬잖아요. 그거 사실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희생자 유가족들이 국무총리가 진도에 방문했을 때) 총리에게 물을 뿌리고, 인정사정이 없는 거야. 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종교인으로서 할 발언이 아니다. 세월호 이후 교회와 종교 역시 달라져야 한다. 교회와 종교 본연의 가르침을 회복하고 세속적 가치를 거둬내야 한다. 교회의 대형화와 교회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사회에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사회적 정의 실현에 참여해야 한다. 신자들은 종교 본연의 가르침을 따라 세상에서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고 돈보다 사람이 먼저 임을 구체적인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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