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객원논설위원>
신앙만큼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흔치 않다. 신앙은 믿음인데 불교를 믿든 기독교를 믿든 믿음은 자신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하는 첩경, 곧 지름길이 되기에 그렇다. 신구약성경 66권을 통독하거나 8만4천경을 간추려 요약해 발행한 불경을 통독해 보면 모두가 인생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하는 글들임을 본다.
교회를 나가든, 절엘 나가든 상관없이 사람으로 한 번 태어났다면 한 번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성경과 불경을 권하고 싶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성서로부터 영감을 받아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는 말이 있다. 그런 대문호가 되기 위해 읽으란 말이 아니다. 신앙과 믿음을 알게 하는 책들임에 추천하는 거다.
사람이 태어나면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과정을 거치듯이 신앙도 성장 단계가 있다. 기독교의 창시자를 예수라 하면 기독교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한 사람은 사도 바울이다. 신약성경의 반 이상을 사도바울이 썼다. 바울은 그의 서신 고린도전서 13장11절에서 성숙한 신앙의 단계를 말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뜻을 풀면, 신앙 혹은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린아이 적 믿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어른 같은 신앙인이 되라함이다.
하버드대학 교수를 역임한 제임스 파울러(James Fowler)는 <신앙의 단계>(Stages of Faith)란 그의 책에서 신앙을 6단계로 구분한다. 1)직관적·투사적 신앙(intuitive-projective faith:2-7세). 2)신화적·문자적 신앙(mythic-literal faith:7-13세). 3)종합적·인습적 신앙(synthetic-conventional faith:14-19세).
4)개성화와 성찰의 신앙(individuative-reflective faith:20-40). 5) 접속적 신앙(conjunctive faith:41-이후). 6)보편화하는 신앙(universalizing faith: 극소수의 사람, 즉 성인의 단계)등이다. 파울러는 6단계 중 4번째를 이분법적 양자택일이 아닌 양극의 일치를 받아들이는 성숙과 포용, 화해의 단계로 본다.
그런데 파울러가 지적한, 나이와 관계없이 사람에 따라 신앙의 성장단계는 일찍 올 수 도 있고 늦게 올 수도 있다. 아무리 70-80이 된 나이라 하더라도 신앙의 나이는 첫 단계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기에 그렇다. 5단계는 초월, 6단계는 성인의 반열로 너와 나가 없는 단계, 즉 원수도 사랑하게 되는 최고의 단계가 된다.
지혜와 지식 중 지혜는 깨달음으로부터 온다. 깨달음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데 그 경험에는 자의와 타의에 의한 성(成)과 패(敗)가 근거한다. 또 지식은 배움으로부터 오는데 배움은 학업과 혹은 선지식(先知識)이 지어 놓은 책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깨달음과 체험, 배움을 통해 자라며 커 간다.
과정신학을 있게 한 과정철학은 와이트 헤드(White Head)가 창시자가 된다. 와이트 헤드의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를 보면 관계(relatedness)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것, 즉 인간세계와 우주를 포함한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등 모든 세상만물과 만사는 관계에 의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신앙과 믿음도 자신과의 관계성을 빼 놓고는 성립이 안 된다. 불교신앙이든 기독교신앙이든 석가와 자신과의 관계, 예수와 자신과의 관계를 떠나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나. 자신은 그만큼 중요한 자리에 있고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연기설(緣起說)처럼 신앙을 포함해 모든 것은 다 관계 안에 놓여 있다.
불경과 성경, “무슨 글인가”며 그냥 보아도 된다. 사도바울, 장성한 사람이면 어린아이의 일을 버리라 한다. 체험과 배움, 깨달음이 신앙을 성숙하게 한다. 우주가 팽창하듯 모든 게 과정과 관계 안에 있다. 올바른 길을 가게 하는 신앙이 성숙된 신앙이다. 신앙에도 단계가 있다. 신앙인이라면 자신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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