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엄청난 비극의 세월호가 브라질 월드컵의 열기에 가려지고 이제는 며칠 남지 않은 25일이 6.25 동란 발발 64주년이란 사실도 그냥 넘어가게 생겼다.일 년에 단 하루 6월 25일에만 형식적인 기념행사로 반짝 관심을 주었다가 나머지 364일은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 알려지지 않은 전쟁(The unknown war)으로 고착되고 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뉴욕 한인사회에서는 6.25참전 국군과 미군의 유대관계가 좋아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종종 마련되곤 한다.
20대 새파란 나이에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백발이 성성한 80대 노인이 된 이들은 “유일하게 우리를 위해 잔치를 열어주고 기억해주어 고맙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이민 1세들에 의해 6.25참전 국군과 미군의 회고록이 나오는 등 6.25의 진실을 젊은이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동족상잔의 비극은 전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내었고 피로 붉게 물든 산야는 초토화가 되었다. 전쟁은 유가족, 전쟁고아, 이산가족이란 커다란 후유증을 남겼다. 특히 배우자, 자식, 부모와 이별한 채 60년 이상 세월이 흐른 이산가족의 슬픔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간간이 이뤄지고 있으나 1,000만 명 이산가족 중 겨우 1만5,000여명만 만나거나 생사를 알게 된 기적을 보았을 뿐이다. 이것도 툭하면 북한은 중단하고 있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은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가할 수도 없다. 이에 지난 3월 민주당의 찰스 랭글 의원을 비롯 4명의 6.25참전 미 하원의원들이 재미한인 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미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작년은 1953년 7월27일 휴전이 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주제로 한 ‘2013뉴욕한인영화제(KAFFNY)’가 10월24일~26일까지 한국일보 특별후원으로 맨하탄 빌리지 이스트 시네마극장에서 열렸었다. 한인 1.5세와 2세들, 한국 유학생들이 모인 이 영화제는 오늘의 젊은이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이 영화제에서 본 장편 다큐멘터리는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남긴 말 ‘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에서 나온 ‘페이딩 어웨이(FADING AWAY)’였다.
개성이나 평양 등지에서 피난 내려와 구두닦이로, 구걸로 연명하다가 거칠고 힘든 세상을 살게 되고 미국에 이민 온 80세 이상의 노인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들은 한 많고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얘기하면서 결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 있으면 120살이 넘을 어머니, 아버지를 말하면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엄마, 엄마, 그동안 어찌 사셨어요?” 전쟁고아 출신 할아버지는 꼿꼿한 자세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새하얀 눈물이 쭈글쭈글한 주름살 골을 파고 흘러내렸다.
이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H.K.리 감독은 6.25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광고를 하자 미주내 수천 명의 한인들이 응모해왔고 그중 LA를 중심으로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은 재미동포 13명의 개인적 체험을 들으며 종군 기자의 희귀한 다큐필름을 삽입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빛바랜 흑백 필름에 폭격으로 숨진 논두렁의 수많은 시신, 기차꼭대기의 피난민 행렬,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울고 있는 고아들, 부상자를 치료하는 여군들, 전쟁 생존자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등등....장면 장면이 눈에 선하다.
아직 6.25는 끝나지 않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살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지나야 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상처가 아물 것인지 요원하다. 분명한 것은 6.25의 실질적인 경험이나 기억도 없는 2세들이 뜨거운 관심을 갖고 우리 역사에 접근하고 있는 한 멀지도 않은 것 같다.
이민 1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녀들에게 6.25 전쟁의 비극, 목숨을 잃은 자들의 희생정신,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자녀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독립기념관, 전쟁기념관, 판문점 등을 가보게 해 역사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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