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시발점은 어디가 될까. 15년 전 답은 하나였다. ‘대만, 혹은 북한을 둘러싼 분쟁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로. 그게 바뀌었다. 물론 대만과 북한 시나리오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분쟁, 그리고 티베트의 중-인 국경지대에서의 분쟁 등이 그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한 미국의 군사 전문가의 분석이다. 무엇을 말하나. 냉전 후 시대(Post Cold War)시대라고 했나. 소련붕괴 후 지난 20여 년간의 시기를. 그 냉전 후 시대의 국제질서가 마침내 무너졌다. 그러면 ‘포스트 포스트 냉전시대’의 아시아의 안보지형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그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과 중국의 항공기가 또 다시 충돌위기를 연출했다. 동중국해상의 중첩된 방공식별구역(ADIZ)에서 양국 항공기가 30m까지 접근하며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선박이 수 주째 대치,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 있다. 거기다가 북한의 핵 실험위협은 그치지 않고 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뚜껑이라도 열린 것 같다. 곳곳에서 위기가 감지된다. 그리고 몇 년 전 만해도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사태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게 아시아 정세다.
특히 우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거침없이 분출하고 있는 내셔널리즘이다. 중화민족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시진핑의 중국이다. 작용은 반작용을 낳는 법. 우경화의 급물살과 함께 일본에는 아베 정권이 들어섰다. 인도에도 민족주의자 정권이 들어섰다. 힌두 내셔널리즘을 표방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가 새 총리로 선출된 것이다.
이 내셔널리즘의 각축장에 러시아의 푸틴도 끼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 특히 서구의 비난이 거세다. 그러자 돌연 아시아로 방향을 틀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시아판 신 합종연횡(合縱連橫)이다. 그 동선이 꽤나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라인업의 윤곽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반(反)중국과 친(親)중국으로 진영이 나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시아 4강의 외교 경합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아베의 행보다. 모디가 인도총리로 선출되자 바로 동맹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섰다. 중국과 라이벌이란 점에서 일본과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다. 그 인도와의 전략적 제휴를 꾀하고 나선 것이다.
수백억달러의 에너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 푸틴은 일견 시진핑의 동맹자로 비친다. 아베는 그러나 푸틴에게도 추파를 던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러시아에게도 결코 달가울 게 없다. 그 점을 계산에 넣고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동선은 멀리 동남아시아까지 뻗혀있다. 지난 한 해 동안 ASEAN, 동남아시아 연합국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것이다. 이 순방을 통해 그가 던진 메시지는 하나다. 반 중국 연합전선 구축이다.
일본의 소프트 파워를 총 동원했다. 그리고 안보지원을 약속했다. 심지어 이런 공약까지 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물러날 경우 일본이 대신 안보를 지켜주겠다.”
이 아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옛 일본군국주의 옹호자로 비쳐졌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더 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 아베가 진보적인 국제자유주의자 기수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동남아에서 특히.”
블룸버그 통신의 지적이다. 이 통신은 더 나가 아베를 일본 판 ‘로널드 레이건’- 다시 말해 과거 ‘소련제국주의에 굳건히 대항하고 나섰던 레이건’으로까지 비유하고 있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격랑의 한 가운데 있다. 그게 아시아 정세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그 정도가 아니다. 국내 언론, 그것도 보수로 분리되는 언론조차 ‘원하는 방향이나 있는지 목적의식조차 안 보이는 것’이 한국의 외교행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어서다.
‘대륙국가 인가. 해양국가 인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해 하고 있다. 그런 한국을 시진핑은 중국 중심의 새로운 동맹 프레임에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우왕좌왕의 연속인 한국의 외교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비판이자, 우려의 시선이다.
외교 주도권은커녕, 상황관리도 제대로 못한다. 현상유지조차 어렵다. 심각한 후퇴 양상에, 다변적 외교는 고사하고 대북제재에도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이 무기력한 외교 행보는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무래도 ‘상당기간 동안은….’ 이런 생각이 앞선다.
세월호 참사에, 뒤따른 인사실패로 외교안보 수뇌가 한동안 공백에 빠졌다. 그런데 또 인사(人事)가 참사(慘事)가 될 조짐이다. 꼬이기만 하는 총리인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공백이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세월호 참사는 이제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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