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6월이면 6.25사변이 본능적으로 머리에 떠오른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의 노래 가사 그대로다.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이라 맨 주먹이라도 불끈 쥐고 떨쳐 일어나야 하는 날이다.
실로 6.25사변은 한국 5천년 역사상 가장 큰 민족적 비극이다. 한국의 3월, 4월, 5월, 6월 달력은 빨간 피로 물들어 있지만 그 피의 농도가 가장 짙은 것은 6월이다. 6.25 전쟁에서 흘린 피의 규모가 기미만세운동, 학생혁명, 임진왜란, 광주민주화운동들을 압도한다. 지금 남북의 주도세력들이 전후세대로 바뀌었어도 6월 25일은 결코 잊을 수 없다. 한국동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 않은가.
내년이면 해방 70년이 된다. 70년은 특별한 기간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로니아 포로로 잡혀간 지 70년 만에 해방되었다. 공산주의 정권이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시작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70년 만에 와르르 무너지게 되었다. 모국의 해방만 해도 일본의 한국침략이 시작된 운양호 사건과 강화도 조약으로부터 70년 만에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그런데 평양정권은 6.25사변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김일성 탄생 80주년과 김정일의 50회 생일을 맞아 출판한 <조선말 대사전>에서 조국해방전쟁을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외래침략자들을 물리침으로써 나라를 해방하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는 정의의 전쟁. 미제를 비롯한....... 인민의 원쑤들을 반대하는 준엄한 계급투쟁이다.”
언어사전은 말의 뜻을 최대로 농축시켜 정의한다. ‘인민의 원쑤’ 가운데는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코리언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핵폭탄으로 남쪽과 미국을 불바다를 만들고 원쑤들을 싹쓸이 하겠다는 분노가 넘쳐흐른다. 참 소름 끼치는 일이다.
6.25 사변 때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김일성의 인공기가 펄펄 휘날리던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인민재판이 열렸다. 지주 한 사람을 꽁꽁 묶어세우고 인민의 피를 빨아먹은 반역자라는 딱지를 붙여 그 자리에서 몽둥이로 때려 죽였다. 그런데 처형을 주도한 사람은 놀랍게도 그 친동생이었다.
한 달쯤 지나 유엔군 인천상륙작전으로 3개월 만에 세상이 뒤집혔다. 물론 그 동생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감추었다가 휴전이 되고 몇 년이 흘렀을 때 갑자기 나타났다. 그런데 그 동생을 감쪽같이 숨겨준 이가 있었다. 바로 그 지주의 아내인 형수였다. 그 집 뒤뜰에 굴을 파고 거기 시동생을 숨겨 두고 보살폈다. 동네 사람들이 이를 갈며 몰려가서 그 형수를 둘러싸고 이실직고하라고 협박했다. 그 역적 놈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기에 살려두었느냐는 것이다. 그 때 그 형수는 차분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예수 믿는 여자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지 않소?”
한국전쟁은 유태인의 싸움이라는 역사해석에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공산주의 사상을 창안했던 마르크스가 바로 유태인이었다. 그는 종교 특히 기독교를 아편이라 낙인찍었고 유물론을 주장함으로 하나님은 없다고 우겼다. 그리고 공산정권 실현을 위하여서는 무자비한 폭력혁명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규정해서 교회, 성경, 목사, 선교사, 신자들의 씨를 말렸다. 평양정권은 그런 모든 것의 최후 최악의 전시장 아닌가.
남쪽에서는 그와 반대로 ‘신앙전력화’란 말이 대변하듯이 또 다른 유태인인 예수 그리스도가 남북전쟁을 주도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남쪽을 뒤덮은 십자가의 위용이 그걸 증명한다.
허지만 우리 민족의 먼 장래를 내다보면 ‘웬수같은’ 시동생을 살려준 그 여인의 외마디가 꽉 막힌 남북통일의 문을 여는 만통 열쇠가 아닐까. 비록 원수 사랑이 개인 사이에서도 어렵고 집단 사이에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오히려 불가능하기 때문에 용감한 도전이 필수적이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북한을 사랑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기독교 단체들이 점점 늘어간다. 이제 평양정권도 기독교도들을 무차별로 혹독하게 고문하고 죽여서는 안 된다. 평양정권은 적어도 ‘먹이 주는 손을 무는 못된 동물’이라는 오명을 어서 속히 벗어야 한다.
남북, 북남은 6월 25일을 되도록 빨리 <원수 사랑의 날> 아니 <원쑤 사랑의 날>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의 대박이 서울과 평양에서 펑펑 터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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