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 <논설위원>
아버지는 나를 낳은 남자이다. 아버지란 남자 어버이, 어머니의 남편 또는 부친(아들이나 딸을 가진 남자)을 지칭한다. 한자에서 아버지를 뜻하는 ‘父’자는 오른손에 회초리를 쥐고 있는 모양의 사람(아버지가 매를 쥐고 자녀를 다스려 가르치고 있는 모습)을 뜻한다.
부부(夫婦)의 남편 표기인 ‘夫’자는 커다란 관을 쓴 대인(大人)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에서 아버지는 ‘Father or Dad’로 표기하고 남편인 ‘Husband’의 뜻은 집주인 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버지의 기본개념은 ‘집의 큰 주인으로서 자녀의 훈계를 맡는 사람’이었나 보다. 요즘 아버지들이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로 칭해지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아버지의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 보인다고 한다.
어릴 때는 아버지를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는 것도 많고 선생님과 누가 높을지를 비교할 정도로 높은 존재로 여긴다. 중학교 들어갈 쯤에는 ‘아버지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면 ‘우리 아버지는 세대차이가 너무 나요’, 그리고 대학시절에는 ‘아버지를 이해는 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사회초년병 시절에는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마흔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무슨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으로 바뀌고, 쉰 살쯤엔 아버지의 훌륭함을 알게 되고 예순이 넘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살아계셨으면 조언을 들었을 텐데’라며 뒤늦게 후회한다고.
다시 말해 자녀들이 살아가면서 바라보는 아버지의 인상은 항상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어머니와 달리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남자다. 남자는 자녀를 낳으면 아버지가 된다. 남자에게 그런 아버지란 누구인가?
모든 남자들은 믿음직한 아들, 든든한 남편 그리고 존경받는 아버지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착한 아들, 좋은 남편으론 살면서도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와 정겹게 살았거나 사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자신이 아버지가 돼서야 아버지를 뒤늦게 생각하고, 세상을 떠나시고 난 후에야 살아 계실 때 더 잘 해드리지 못해 후회하며 사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아버지란 존재가 죽어야만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으로 남는 것은 어느 누구나 공감하는 기억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버지가 인자하고 사랑 많은 모습으로 기억이 남아있는 행복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엄격했지만 자신을 올바로 길러준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복 많은 사람도 있을 게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같은 존재인 아버지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보다 작아 보인다. 어머니의 그것처럼 섬세하거나, 포근하지 않아서이다. 아버지의 사랑은 마치 공기와도 같다. 평소에는 잘 느껴지지 않다가도 한 순간이라도 멀어지는 순간, 바로 알게 되는 그런 사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머니가 자식에게 사랑을 많이 주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아버지의 사랑이다. 아버지의 사랑은 마그마와 같아서 마음 속 깊은 곳에 뜨겁게 자리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즉, 아버지의 사랑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속 깊은 사랑’인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도 표현하지 않으면 ‘죽은 사랑’과 매 한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란 존재가 죽어서야 그리운 사람으로 남은 거 아니겠는가?
오는 15일 셋째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이다. 이날은 자녀들이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라며 아버지의 헌신에 감사와 사랑을 고백하며 선물을 주는 날이다. 이 땅에 아버지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자들이여! 자녀들의 감사와 사랑에 단지 ‘고맙다’는 말로 그치지 말고 “아버지도 너(너희들)를 사랑한다.”고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자.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이 자녀에게 표현으로 전달되는, 그런 가정은 행복이 넘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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