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 <논설위원>
‘즐거운 곳에 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한국에서 번안해서 부르던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의 원 작사가는 미국의 극작가 존 하워드 페인(John Howard Payne)이었다. 그는 1823년 프랑스 파리의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문득 떠 오른 그리운 가정의 노랫말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 평생 독신의 무일푼 신세로 그는 1852년 알제리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정의 소중함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불리고 있는 것이다.
페인이 사망한지 31년이 흐른 1883년 3월22일 뉴욕 항에서 환영행사가 열렸다. 그날은 미 정부가 그의 유해를 본국으로 이송하는 날이었다. 군함이 입항하는 순간 군악대의 장엄한 연주와 예포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과 장관들 그리고 수만 명의 인파는 환영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날 발간된 신문들도 ‘그의 노래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으며 그를 영원히 기억되게 만들었다’며 그의 생애를 머리기사로 다뤘다.
그가 작사한 단 한 곡의 ‘즐거운 나의 집’은 세계적으로 많은 영화와 오페라 등을 통해 불려졌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에게 가족의 노래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는 삶이 기본이 되는 가정의 행복과 소중함을 일깨우는 정감이 넘친다. ‘가정의 행복이 진정한 행복’임을 느끼게 해준다. ‘가정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가 감동과 공감을 주기도 한다. 이는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문득문득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를 조용히 읊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는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낳았다. 그들은 아직 꿈을 펴보지도 못한 아들과 딸들, 어린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등 우리 모두의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세월호 사고 후 한국에서는 부모와 자녀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는 부모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평소 표현을 잘 안하시던 부모의 높아진 관심을 피부로 느끼는 자녀들도 많아졌다. 가족이 소중한 존재라는 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았고 그것이 의사소통 과정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연시했던 가족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고 있는 한인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슴에 담아두고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 ‘사랑한다’라는 표현은 여전히 부족한 듯하다. 아마도 한인들은 가족같이 가까운 관계일수록 애정, 사랑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교류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가족이란 한 그루의 커다란 나무와 같은 것이다. 맛있는 열매를 주기고 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힘들고 지칠 때는 기댈 수 있듯이 그저 곁에만 있어주기만 해도 좋은 것이 가족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 사랑의 표현이 풍성한 곳이다.
5월은 가족들에게 사랑을 맘껏 얘기할 수 있는 가정의 달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자란 아들, 딸들을 둔 부모들은 “잘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언제나 사랑합니다”라고 감사와 사랑을 표현해보자. 처음 보는 모습에 낯설고 어설프긴 해도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아내, 남편에게는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야, 함께 살아서 행복하고 생이 다하는 날까지 같이 살자. 여보, 사랑해”라고 그동안 살면서 괜스레 쑥스러워 맘속에 꾹꾹 눌러 하지 못 했던 사랑의 얘기를 들려주자. ‘여보, 당신 사랑해’ 한마디는 스트레스로 쌓인 피곤이 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리고 버거운 세상살이의 무게로 처진 어깨를 활짝 펴지게 하는 힘이 되지 않겠는가.
아들, 딸들에게도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예쁘고 착하게 살아라. 건강해서 늘 사랑한다”고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랑을 말로 전해주자. 평소 부모에게 잘 듣지 못하던 말 속에서 뭉클함을 느끼고 가족들한테 정말 잘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사랑은 방법이 제각각 일지라도 표현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처음 시작은 머뭇거려지지만, 자주하다보며 익숙해지고 습관처럼 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이다.5월 가정의 달을 시작으로 가족을 향한 사랑을 표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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