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가 될 것이다. 그 양극체제 시대를 맞아 한국이 중국과 동맹관계를 수립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국 순방에 나서 한국을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새삼 확인한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다. 두 나라간의 동맹을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 축(linchpin)으로 그 의미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오바마의 한국방문을 바로 앞둔 시점에 한 가지 느닷없는 제안이 나왔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외교참모로 불리는 옌쉐퉁 청화대 교수가 한중동맹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어찌 보면 상당히 미래지향적이고, 전향적으로 들린다. 64년 전 교전 당사국이었다. 그런 중국과 한국의 동맹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동시에 뭔가 일종의 위하(威?)로도 들린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하라는 식의.
“21세기는 아시아 세기다. 그 아시아 세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중국이다.” 퍽 오래전부터 던져진 화두다. 아시아의 장래는 중국의 장래, 특히 중국 경제가 어떤 궤적을 보일지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한동안은 낙관론이 팽배했다. 요즘 들어서는 비관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제시되고 있는 한 가지 시나리오는 중국경제가 장기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마이너스 성장까지 보일 수 있다는 거다.
중국 경제의 기적은 가계소득을 극도로 억제시키면서 자본을 정부주도 투자에 집중시키는 정책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는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1930년대 독일, 소련, 그리고 전후 일본도 같은 경제정책을 도입했었다.
일정기간 동안 경제성장은 급속도로 이루어진다. 그 뒤에 따르는 것은 그러나 경기침체, 혹은 위기다. 중국의 경우 규모에 있어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대대적으로 이 경제정책을 밀고 나갔다. 그 중국경제가 이제 머지않아 장기침체국면에 빠져든다는 것이 대다수의 관측이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아시아 국가들의 동반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여간 높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적인 에너지 수요의 감소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악재는 악재를 낳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경제난이 국내불안으로, 또 국가 간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예상되는 것은 내셔널리즘의 팽배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아시아지역 전체에 휘몰아칠 수 있다는 불길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상반되는 시나리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 이에 따라 경제가 또 다시 힘찬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중국은 중국-인도-미얀마-방글라데시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국으로 우뚝 솟는다.
이와 함께 황해에서, 동중국해, 그리고 남중국해에 이르는 해역은 중국의 내해(內海)가 된다.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이 지역을 지배하는 패권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 때 중국은 주변 국가들에게 어떤 얼굴을 보일까.
“그들은 그야말로 중국 중심의 중화제국의 멘탈리티를 못 벗어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을 독립된 주권 국가 라기 보다는 공물을 바치는 속국인 양 취급한다.” 남중국해 연안국의 한 고위당국자가 일찍이 한 말이다.
동남아시아의 약소국뿐이 아니다. 수모를 겪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보여준 중국의 얼굴은 ‘군림하려드는 그 중화제국의 민낯’ 그대로였다.
포격 사건 얼마 후 중국외교의 사령탑인 다이빙구오 국무위원이 사전 통보도 없이 전격 한국을 방문했다. 입국비자도 없이 내한, 한국외무부당국자가 공항까지 나가야 했다. 다이빙구오는 약속도 없는 상태에서 그날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한국정부는 그 무례를 참아가며 ‘오프더레코드’를 조건으로 면담을 주선했다. 중국으로 돌아가자 그 약속을 깼다. 기자회견을 통해 6자회담 속개에 동의했다는 식으로 일방적 발표를 한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한반도는 북한 변수에, 한일갈등, 또 미국과 중국 갈등이 겹쳐진 다층적인 갈등관계 속에 놓여 있다. 그 와중에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설정할 지표는 어느 지점인지, 새삼 점검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건 그렇고, ‘한국은 중국과 동맹을 맺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방한이란 미묘한 시점에 나온 관변 중국학자의 이 제안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단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그 종심이 극히 짧은 한국외교’- 이를 우습게보고 ‘흔들어 보기’식으로 띠운 모종의 애드벌룬일까. 아무래도 후자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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