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논설위원)
흔히 술자리와 골프 라운딩은 누구랑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끼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하늘과 땅 차이다. 곁에만 있어도 기분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밉상이 있기 때문일 게다.
우리 주변에는 함께 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반면 함께 해도 오히려 기분이 유쾌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해주는 것 없이 만나서 기분이 좋고 어떤 이는 특별히 해를 끼치지도 않은 데 괜히 기분이 나쁜 그런 경우 말이다.
만나서 기분이 좋고 나쁜 사람들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생각도 대부분 매 한가지다. 왜 그럴까? 나의생각은 상대방의 말투, 얼굴표정, 생각, 예의, 습관 등등의 기운이 나에게 어떻게 전해지냐에 따라 좋고 나쁜 기분이 좌우되는 게 아닌가 싶다. 왜냐면-말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남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있기에. 얼굴표정은 상대의 마음을 드러내는 거울이라 보편적으로 행복, 슬픔, 놀라움, 두려움, 혐오, 화 등의 6가지 감정을 드러내기에.
우리의 행동은 생각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좋은 생각이 선행되지 않으면 좋은 행동이 나올 수 없기에. 예의는 상대방을 공경하고 사랑하며 우애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에 친한 사이일수록 더욱 지켜야 하는 것이기에.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은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고 나쁜 기분은 사람을 만났을 때 알게 모르게 주고받는 기운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느낌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가까운 친구와 횟집에서 술자리를 했다. 그 친구가 서울서 온 동창생을 데리고 와서 셋이서 마셨다. 평소처럼 소주에 얼음과 레몬을 섞었다. 술이 술술 들어가 꺾지 않고 습관처럼 ‘원샷’으로 마셨다.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이겠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첫 만남이었지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벗을 만난 듯 재미있고 즐거웠다. 장소를 옮겨 까만 밤을 하얗게 보내며 한잔 더 기울였지만 술도 별로 취하지 않았다. 친구동창의 술버릇이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의 유머감각에 묻혀 버렸다. 늦었다는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참으로 기분 좋은 자리이자 만남이었다.
처음 볼 때부터 친근한 인상을 풍기더니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첫잔부터 끝잔을 마실 때까지 약한 주랑에도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안주가 좋다는 칭찬도 빠뜨리지 않고 목소리도 소곤소곤 다른 손님을 배려함도 잊지 않았다. 하나 흠이라면 술이 좀 들어가니 비속어를 쏟아내고 종업원을 ‘어이, 야’자로 부르는 서울식 술버릇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로부터 “인상도 좋고, 유머감각도 풍부하고 성격도 호탕해서 좋은 친구가 될 꺼야. 술버릇이 좀 그렇긴 해도”라고 긍정적인 소개를 받은 초두효과(Primary effect)로 술버릇이 너무 ‘꽝’이라 주사로 여길 수도 있었을 텐데 만나서 기분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두효과란 누군가 소개를 받을 때 먼저 긍정적인 말을 들었는지 부정적인 말을 들었는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해 갖게 되는 인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인상은 생김새와는 별개다. 남자의 좋은 인상은 호감이 가는 사람이고 여자의 좋은 인상은 정감이 가는 사람이다. 여기에 친근감이 가는 인상을 더하면 남녀 모두에게 좋은 인상이 된다.
인상은 늘 말이 곱고 항상 얼굴에 웃음이 있고 언제나 긍정적 생각을 하며 남을 배려하고 습관을 올바르게 하면 좋은 인상으로 바뀐다. 나의 말투, 얼굴표정, 생각, 예의, 습관 등은 좋은 인상을 만드는 기운이다. 호감, 정감, 친근감이 가는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은 누구에게나 만나서 기분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만나면 만날수록 더 만나고 싶은 법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서 기분 좋은 사람’이 있고, 남들에게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된다며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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