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지역은 어디인가. 발칸반도가 한 때 그 답이었다. 그러던 것이 중동지역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그 정답은 중국의 뒷마당이다.” 중국의 한 군사전략가가 던진 자문(自問)에 자답(自答)이다.
30도 못된 김정은이 수령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개혁개방은 물 건너갔다. 대신 들려오는 소리는 또 한 차례의 핵실험 가능성이다. 동북아 안보는 분명 또 한 차례 심각한 위협에 놓이게 된 것이다.
북한 핵 문제의 위험성도 보통 큰 게 아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심각한 동북아의 안보문제로 그가 지적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충돌가능성이다. 영토분쟁, 역사전쟁으로 비롯된 두 나라의 갈등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바꿀 대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더 섬뜩한 사실은 중국은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그 전쟁은 사실에 있어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장기전에 대비해 중국적 가치체계 확립 등 철저한 준비를 요망하고 나선 것이다.
전쟁의 언어가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센카쿠열도 분쟁과 관련해 그동안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던 미국이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만일의 상황발생시 동맹국인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그러자 두 나라 국방장관 간에 날 선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은 분쟁도서 위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권리가 없다. 중국과의 분쟁 시 미국은 동맹인 일본을 보호할 것이다.” 미 국방장관의 발언이다. “영토주권은 중국의 핵심주권이다. 이 문제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중국군은 언제든 싸울 태세가 되어있다.” 중국 측의 응수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국방장관들 입에서 핵심적 이해니, 전쟁이니, 충돌이니 하는 원색적이고, 살벌한 말들이,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2014년 4월 초순의 시점에서 벌어진 이 해프닝이 던져주고 있는 주요 시사점은 그러면 무엇일까.
“일본은 ‘중국의 굴기’에 대한 해독을 끝냈다. 그리고 이미 입장정리에 들어갔다. 그 일본의 모습에서 찾아지는 것은 단호함뿐이다.” 디플로매트지의 지적이다.
“중국의 굴기는 결코 평화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안보에 위협적이다.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만 보아도 그렇다. 중국은 일본 영해를 제멋대로 휘젓고 다닌다. 더나가 센카쿠열도가 포함된 동중국해지역 일원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지역을 선포했다.”
그 위협에 굴복하느냐, 승리로 이끄느냐. 그 양자택일에서 일본은 이미 입장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미국도 그 해독에 여념이 없었다. 때문에 셴카쿠 분쟁에서 애써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 그래 보아야 바위와 모래뿐인 작은 섬들에 불과하다. 그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 간여했다가 전쟁에 말려들 수도 있다. 거기다가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 고민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지역 선포에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한 시그널만 보낸 것이다. 만일의 경우 동맹으로서 의무는 지킬 것이라는 언질을 하긴 하면서도.
그러던 미국이 강경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무엇이 가져온 변화인가.
“중국은 만일의 경우 발생 시 미국이 일본을 도울 것이라는 발언을 믿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이런 판단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또 동중국해에서 미국의 우방을 타깃으로 도발을 서슴지 않아온 것이다.
그 미국을 아시아의 우방들은 의심의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신뢰도가 더 의심받게 된 것은 크림반도 사태에서 보여준 오바마의 우유부단성이다. 결국 뭔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이다. 그 정황에서 나온 것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강경발언이다. 그러면 신뢰회복 차원에서의 발언에 불과한 것인가.
‘미국도 중국의 굴기에 대한 해독을 마침내 끝냈다’- 그 시그널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다른 말이 아니다. 중국의 굴기는 결코 평화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굴기하는 중국과 일본, 더 나아가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런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동북아지역에서의 군사적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 변환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동북아의 안보지형,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북한 핵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상황이 어쩐지아슬아슬한 느낌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