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목사/ 칼럼니스트)
역사는 직선이 아니라 스프링의 원처럼 계속 순환한다던가? 요즘 연일 신문지상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이름이 국제판 전면을 장식한다. 50년간의 냉전 기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끝난 다음에도 국제뉴스에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름이 다시금 신 냉전의 기류 속에서 그 이름이 떠오르고 있다.
순환되고 반복 되는 역사를 필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 본다.
우크라이나이나 남부 지역인 크림반도는 대륙 안쪽에 위치한 흑해로 돌출되어 있고, 이 흑해는 작은 해협을 통해서 발틱해와 연결되고 발틱해는 지중해로 이어지며 대서양으로 나아간다.
러시아 위치에서는 크림반도가 막히면 서구의 중심인 지중해로 나갈 길이 없다. 그러므로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는 같은 대륙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와 동일하게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고통을 겪었다. 광활한 유목지대인 우크라이나는 여러 민족들이 살고 있는데 카자크(코자크, 코작)도 소주민족 중 하나로, 폴란드, 터키, 러시아 등 강대국 틈에서 투쟁하며 생존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우크라이나 출신 소설가 니콜라스 고골이 ‘타라스 불바’(1835년 출판)라는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을 남겼고, 우리에게는 율 브리너와 토니 커티스 주연의 영화 ‘대장 부리바(1962년)’로 알려졌다. 필자는 이 영화를 70년 중반에 재개봉 되었을 때 보았고, 원작 소설은 논산훈련소 입대할 때 몰래 가지고 가서 읽었다. 원작 소설은 카자크 족장 타라스 불바의 투쟁과 죽음이 뼈대이나 영화는 아들 안드레아의 사랑과 반역을 뼈대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대초원의 유목민 족장 부리바는 아들들에게 선진한 서구의 교육을 시키고자 대도시인 키예프 신학교에 유학 보낸다.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는 당시 강대국 폴란드가 지배하고 있었고, 그들은 가톨릭이 국교였고 카자크는 러시아정교 신앙을 갖고 있었다. 결국 종교적 갈등은 큰 전쟁으로 확대되는데 철없는 아들은 폴란드 공주와 사랑에 빠져 폴란드를 위해서 싸운다,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포로가 되어 아버지의 손에 죽는다.
영화에서 타라스 부리바 역을 맡았던 명배우 율 브리너가 아들 토니 커티스에게 총을 겨누던 강렬한 눈빛이 오래 인상에 남았다. 카자크 기병대는 러시아제국의 친위기병대로 대대로 용맹을 떨쳤다. 민족이란 무엇인가? 조국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갈등과 분쟁의 비극이 다시금 21세기에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고 있다. 혼란한 역사와 다양한 외세의 영향 속에서 종족과 종족간뿐 아니라 형제와 이웃 간에 아버지와 아들 간에 형제간에 다시금 피비린내 나는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성숙한 자세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무대를 같은 입장에 있는 한반도로 옮기면, 영화의 주연 율 브리너는 본래 러시아 계 미국배우인데 그의 친할아버지가 러시아포경선 선장으로 울릉도 해역에서 고래 잡던 사람이었다. 1800년대 말에 포경업은 석유이전에 공업용 연료인 테라핀유의 주공급원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유전만큼 중요한 산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 당시 대한제국을 가운데 두고 일본과 러시아는 사사건건 대립했고,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서 일본은 스스로 울릉도와 독도를 대한제국의 영토로 주장하고 러시아 포경선의 기항을 막기도 했었다. 1904년 드디어 러일전쟁이 발발했고, 흑해인근에 있던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발틱 함대는 지구를 반 바뀌나 돌아와서 진해 앞바다에서 신예 일본함대에 의해 전멸당하고, 예의 카자크 기병대를 주력으로 한 러시아육군은 만주벌판에서 일본 기병대에게 박살이 나고 만다.
-이때 일본 육, 해군의 기본전술이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전법 이었다. 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다음에 처음으로 국제해양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해는 원래대로 ‘동해’로 단독포기 하거나 임시로 ‘일본해 동해 병기’를 해야 옳은 것이다. 역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것이기에 옛일을 돌이켜 오늘의 해결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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