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별이 아슬이 멀듯이/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나오는 ‘별 헤는 밤’이란 시 부문이다.
밤만 되면 반짝, 반짝 빛나는 별들. 우리가 보는 하늘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별 중 가장 가까운 별이 태양이다. 태양같이 스스로 몸을 태우며 불과 빛을 내는 별을 항성이라 부르고 별의 주위를 도는 위성을 행성(지구)이라 부른다. 이런 태양 별들이 군집해 있는 것을 은하수(Milky Way)라 부른다.
우리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은하수 내에는 수천억개의 별들이 살아간다. 또 수천억개의 은하수들이 이 우주엔 존재한다. 그러니 하늘위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존재하는지 모른다. 우주란 이처럼 신비로 가득한 무한대의 시·공간이다. 그럼 하늘을 수놓고 있는 그 수많은 별들은 언제부터 우주에 존재하게 되었을까.
3월17일 미국의 하버드-스미소니안 천체물리센터는 우주의 생성이 138억년전에 일어난 대폭발인 빅뱅(Big Bang)이었음을 확인했다. 그 때 발생한 중력파를 남극에 설치된 바이셉2(Bicip2)망원경을 통해 관측했기에 그렇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란 파동을 말하며 중력(Gravity)이란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일듯이 질량 있는 물질이 요동치면 시공간의 물결이 출렁이고 그 파동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빅뱅의 빛도 예외가 아니다. 초단파로 남아 있는 태초의 빛(전자기파·우주배경복사)이 중력파의 영향으로 특정 진동의 빛만 걸러지게 돼 있음을 관측한 것이 이번 측정의 성과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외의 수확이었다. 본래 바이셉2가 찾던 것은 우주배경복사인 태초의 빛이었다. 그런데 중력파의 흔적(편광)이 우주배경복사에서 검출된 것이다. 검출된 중력파는 우주폭발 후 급팽창(3분)한 후 38만년 때의 흔적이다. 인간의 머리가 드디어 우주의 138억년전의 흔적을 찾아낸 거다. 하늘의 나이 138억년이다.
늘 갑갑하게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138억년전 한 점에서 대폭발이 되어 지금에 이른 우주라면 ‘그 점 이전’엔 무엇이 있었나?이다. 어떤 친구목사는 그래서 이렇게 조물주, 즉 창조주를 기도한다. “빅뱅을 있게 한 하나님, 오늘을 주신 것을 감사드린다”고. 하나님의 실재를 빅뱅을 가져온 한 점 이전의 존재로 보는 거다.
어떻든, 참으로 신비한 게 우주의 생성이요,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모습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어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랴. 그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것이 있다. 별도 아니요 은하수도 아닌 일개 행성인 지구다. 지구 안에서도 식물과 동물을 포함한 생명의 생물체의 존재가 가장 신비하며 그 중에서도 인간이다.
아무리 우주가 크다 해도 인간보다 더 크랴.
인간은 우주를 가두어 넣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또 우주의 생성과 하늘의 현상을 계속해 밝혀나가는 두뇌와 의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와 인간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나. 우주와 인간, 대우주(大宇宙)와 소우주(小宇宙)의 관계다.
인간이 존재치 않았다면, 우주의 신비를 누가 알 수 있으랴. 인간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138억년전, 우주의 대폭발 이전엔 무엇이 있었을까?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끝은 언제가 될 건가. 어쩌면 우주의 신비와 지구의 생명체는 함께 풀어야 할 우주의 비밀일 수 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하늘의 신비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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