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활황세 계속될까
▶ 소비자 신뢰지수 낮고 가계 수입 줄어 “폭락 우려”, 은행 이자 낮아 돈 몰려, 전문가 “당분간 더 오를 것” 경고에 귀 닫은 ‘미친 장세’
증시가 5년째 활황세를 계속하고 있다. 과연 증시의 활황 국면이 계속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2009년 3월9일(종가 기준) S&P 500지수가 1996년 9월12일 이후 가장 낮은 676.53으로 떨어졌다. 증시 폭락 이후 38%나 하락한 수치다. 다우존스는 이날 80포인트가 빠져 6,547.05로 1997년 4월15일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나스닥 지수 역시 25포인트 하락한 1,868.64로 마감해 2002년 10월9일 이후 가장 낮았다.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이후 증시는 활황을 거듭하면서 S&P는 무려 170%나 올랐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과열현상이라며 증시의 하락을 경고하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과연 5년 간에 걸친 증시의 활황세는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월스트릿 저널의 마켓 워치는 요즘 같은 상승 장세에는 아무런 경고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빗대어 경고했다.
증시 폭락 이후 5년이 지난 2014년 3월12일 S&P지수는 1,868.20, 다우는 16,340.08, 나스닥은 4,323.33으로 장을 마감했다. 5년 전보다 1.5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증시의 활황세를 경계하는 경제학자들과 소비자 전문가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가구 당 수입이 사실상 하락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숫자로 표현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증시 활황세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소비자 신뢰지수는 80.7로 닷컴 증시 붐이 최고치에 달했던 2000년 144.7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증시 붐을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다. 증시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증시 폭락을 예고하는 부정적인 자료만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최근 6.7%로 계속 하락세를 유지한다. 2009년 10월 10%를 넘나들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 소비자 물가가 2007년 10월 이래 꾸준히 올라가고 있지만 그 인상 속도가 상당히 완만하다. 연방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는 1.6% 인상에 그쳤다.
여기에 많은 미국인들의 은퇴연금이 지난 5년동안 크게 올라 여윳돈이 생겼다는 것이다.
뱅가드에 따르면 자사가 관리하는 401(k) 연금 잔고가 2008년 5만6,000달러에서 2013년 10만2,000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진 영 뱅가드 분석가가 최근 401(k) 가입자들의 수익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동안 연 평균 12.7%의 상승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수입이라면 주택 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압도한다. 이런 이유라면 증시가 냉각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구당 수입 하락세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봉급은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고 있다. 그러나 고 실업률로 인해 가구당 전체 수입은 줄어들었다.
가구당 수입을 조사하는 ‘센티어’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의 미국인 가구당 수입 중간값은 인플레이션 비율을 감안해 5만2,297달러로 2009년 3월보다 오히려 6%나 하락했다. ‘센티어’의 존 코더 소장은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지출은 늘어났다. 늘어났다고 하기보다는 주요 물가가 올라가 지출 감당이 어려워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실제로 개솔린 가격이 크게 뛰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평균 개솔린 가격은 3.57달러로 2009년 2.40달러보다 1달러 이상 올랐다. 또 의료비 역시 올랐다.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종업원 분담 가족 보험료는 2003년 2,412달러에서 2013년 4,565달러로 두배 가량 뛰었다.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베이컨 가격만 해도 2년 전보다 21%가 오른 파운드당 5.56달러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소득과 지출의 불균형을 사람들은 어떻게 메워나가고 있을까. 좋은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증시에서 얻은 수익을 빼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재정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증시가 호전되면서 IRA나 은퇴연금에서 돈을 빼는 고객들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증시에서 상당량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시는 당분간 상승세 유지할 것
그렇다면 증시는 계속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물론이다. 하지만 더 올라간다면 그만큼 위험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활황세가 한동안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소액 투자자들은 금년에 30% 이상 오를 것이라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활황 장세 끝 무렵에는 마치 외계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이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현상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의 냉각을 경고하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이 증권 뮤추얼펀드 시장으로 지나치게 몰린다. 지난 5년간의 활황세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겁도 없이 달려드는 현상이다. 물론 지난 1999년 벤처 닷컴 증시 때처럼 미친 듯이 사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소액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장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마치 베어마켓 직전과도 같은 현상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더 더욱 은행 이자율이 거의 0수준을 유지하면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의 기대감 역시 걱정할 수준이다. 하락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20% 미만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호황을 예측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투자하고 있다. 20% 미만은 1987년 증시 폭락 직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투자자들의 경기 전망 측정수단인 ‘경기 민감도’(sentiment indicator)는 비관적이라는 사실이다. S&P 500지수 옵션과 관련해 향후 30일간의 주식 변동성에 대한 투자기대지수를 가리키는 변동성 지수 ‘VIX’와 투자자들의 가격 상승과 하락 국면을 측정하는 ‘풋-콜 비율’등 다양한 주요 경기지수들이 모두 투자자나 거래인들의 관망세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나 기업의 기본 능력을 표시해 주는 제반 요인들이 무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주가 수익률(P/E ratio)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GDP나 ISM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률이 높다고는 하나 아직 경제의 기반이나 국민생활의 기초가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프트 이코노미 상태다. 뒷심이 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제반 요인들이 약해지면 궂은 날씨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증시 붕괴의 기억을 잊고 있다. 투자자들은 잊었을지 몰라도 마켓은 결코 잊지 못하고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뼈아픈 과거를 되풀이 한다.
▲나스닥이 치솟고 있다. 나스닥의 3년 차트를 그려보면 거의 포물선에 가깝다. 3월12일 기준으로 4323.33을 기록해 14년 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1960년대 활황 증시가 1973~1974년 하락 장세로 이어질 때와 비슷하다.
▲우려와 탐욕이 교차된다.
마켓이 최고점인 티핑 포인트(일부서는 거의 근접했다고 봄)에 도달하면 투자자나 거래자들은 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먹는다는 ‘ATM’ 식 사재기에 나선다. 우려가 사라지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5년간 수없이 많은 붕괴 예측들이 산재해 왔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귀를 닫아 버렸다. 증시는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상승 장세를 계속 이어갔다. 이런 장세에서 누가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겠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마켓이 위험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증시는 각종 루머와 희망 그리고 인간의 탐욕에 의해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증시가 나빠질 것을 대비해 계속 올라가는 장세를 무시하고 팔짱 끼고 구경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판단을 잘못하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막차를 조심해야 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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