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객원논설위원>
“결혼의 성공은 적당한 짝을 찾기에 있기 보다는 적당한 짝이 되는 데 있다.” 앙드레 모로아의 말이다. 봄이 성큼 다가온다. 춘삼월이 지나고 꽃피는 4월, 만물이 요동치는 5월이 되면 총각 처녀들은 서로 짝을 찾아 결혼식을 올린다. 사람만이 아니다. 모든 동물들도 아지랑이 피는 봄이 되면 짝을 찾아 짝 짓기를 한다.
짝을 잘 찾아 짝 짓기를 잘하면 좋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 하다든가. 세상 천지에 짝짓기 보다 더 어려운 것도 드물 거다. 동물이야 오다가다 서로 눈이 맞으면 짝이 된다 하더라도 어디 인간이랴. 인간의 짝 짓기란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그런데 자기에게 맞는 짝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앙드레 모로아의 말처럼 짝을 찾기 보다는 짝이 되어주는 쪽이 훨씬 더 쉬운 지름길 일 수도 있다. 괴테는 남자와 여자의 짝짓기인 “결혼만큼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복이 걸려 있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남녀의 짝짓기는 두 사람의 평생 가는 길에 행과 불행이 함께 달려 있는 가장 중대사(重大事)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요즘처럼 짝의 상대가 남과 녀가 아닌 남과 남, 여와 여도 있지만, 보편적인 짝짓기란 처녀와 총각들의 짝짓기가 아닐는지. 이렇게 한 번 맺어진 짝이 1년, 아니 6개월도 못가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 그들은 또 다른 짝을 찾아 나선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속담엔 이들, 짝짓기를 여러 번 하는 사람들을 비유하여 “초혼은 의무, 재혼은 바보, 세 번째 결혼하는 자는 미치광이”라고 빗댄 말이 있다. 그렇다면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첫 번 결혼과 재결합(리처드 버튼과) 그리고 6번이나 재혼(총8번 결혼)했으니 그녀야 말로 미치광이 중의 미치광이로 불러야 하나?
한국 모 방송에서 지난 3년 동안 ‘짝’이란 프로를 방영했었다. 혼기에 찬 남녀가 일주일동안 ‘애정촌’이라 불리는 한 곳에 머물면서 서로에게 맞는 짝을 찾는 내용의 방송이다. 남자 7명에 여자 5명이 출연해 여자들에게 더 희소성을 부여해 주며 진행된다. 리얼리티(실재) 프로라 재미가 있어 미주 동포들도 많이 시청을 했었다.
그런데 지난 3월5일 출연자들이 자신의 짝을 최종 선정하는 날 새벽, 짝을 찾으러 갔던 처녀 한 명이 그만 자살을 해 버렸다. 스무 아홉 살의 이 처녀. “엄마, 아빠에게 너무 미안하다.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란 짤막한 유서를 남기고 화장실에서 헤어드라이 전기선으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이 사고에 대해 어느 평론가는 “방송이 시청률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자극적인 영상과 편집이 빚어낸 결과”라 지적했다. 결국 방송국은 인기리에 방영되던 이 프로를 전면 폐지했다. 이승에서 짝을 찾지 못한 그 여인, 저승에서나마 짝을 찾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짝. 짚신도 짝이 있다 한다. 짝을 처음 만나 연애 할 땐, 눈이 뒤집혀 콩깍지가 낀 것처럼 된다. 그리고 결혼한다. 한 번 짝으로 맺어진 인연, 머리털이 파뿌리처럼 될 때까지 끝까지 사랑을 하며 가야 하는데 그게 그렇지가 못하다.
리처드 브리크너는 말한다. “결혼에서의 성공이란 올바른 짝을 찾음으로서 오는 게 아니라 올바른 짝이 됨으로서 온다”고. 앙드레 모로아의 ‘짝이 되어주는’ 이치와 같은 맥락이다.
“독일에서는 남자에게 몸을 내 준 여자는 그 남자에게 높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그 여자를 자기가 존경하고 숭상하는 보물(Schatz)이라 부른다”고 오토 A 피퍼는 그의 책 <성과 결혼>에서 말한다. 여기서 보물은 여성만이 아니다. 짝이 되는 남성도 똑같은 가치의 보물이다. 즉 서로를 바라보는 보물이다.
남과 여는 둘이나 짝이 되어 만나면 하나가 된다. 둘이 결혼하여 한 몸이 되면 더 이상의 짝은 필요 없게 된다. 시몬느 보봐르는 “인간적인 사랑의 최고의 목적은 종교적인 사랑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 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짝의 초월된 가치다. 한 번 짝이 된 짚신, 옷깃만 스쳐도 500년이라, 수억 년의 인연이다. 되어주는 올바른 짝, 서로 바라보는 보물이 되어 행복을 수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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