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 삭스·베인 등 기업 “객관적 평가기준” 활용, 경력직원 모집 때 요구도… 수학점수 특히 중시
▶ “근무 능력과 관련 없더라” 구글은 모집방식 바꿔
취업 인터뷰때 지원자들의 SAT 성적을 요구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클레어몬트 대학 졸업식.
’고교 성적이 평생을 간다’는 격언이 요즘 미국의 취업시장에서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대졸자 취업에 고교 SAT 성적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취업 초년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은 중견사원 모집에서도 옛 SAT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SAT 성적에 부정적인 기업도 있다. 한동안 SAT 성적을 직원 채용 기준으로 삼았던 구글은 최근 직원들의 근무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며 이를 폐지해 버렸다.
스티븐 로버트 모스(28)는 통신회사 인터뷰때 SAT에 관한 자료를 가져오라는 요청을 받고 놀랐다. 회사가 벌써 10년 이상 지난 시험 점수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 의아했다. 모스는 1,600점 만점에 1,450점을 맞은 고득점자이지만 인터뷰를 포기했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취업생들의 SAT 성적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골드만 삭스와 같은 은행이나 베인, 매킨리 같은 컨설팅회사들은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SAT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또 어떤 회사들은 고위 세일즈나 관리직에 지원하는 40~50대들에게조차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SAT(Scholastic Aptitude Test)는 고교 3~4학년때 대학 진학을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독해와 수학, 작문 등 3가지로 나뉘어 각 800점씩 총 2,400점이 만점이다. 지난해 미국 내 평균 SAT 점수는 1,498점이었다. 2005년 3월 이전에는 독해와 수학 2과목만 치러 만점은 1600점이었다.
그러나 점수가 낮다고 해서 취업기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취업 담당 매니저들은 말한다.
이들은 단지 SAT와 ACT와 같은 기타 대학 입학에 필요한 시험점수가 전혀 다른 배경의 지원자들을 평가할 수 있고 직업이 필요로 하는 지적 능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된다고 믿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객관적 평가 기준으로 이용
일부 회사들은 수학에 특히 중점을 두기도 한다. 고용전문 컨설팅 회사인 ‘화이트하우스 핌스’의 마크 리치 관리이사는 직원 채용을 의뢰하는 고객 회사들은 수학 SAT 점수가 95% 이상인 지원자들만을 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자회사인 ‘D.E 셔 그룹’은 수학과 언어력을 요구한다고 그는 전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도 취업 기준으로 SAT 점수를 고려한지 오래다. 취업에 필요한 최소 점수 제도는 도입하지 않았지만 수학 점수가 좋지 않은 지원자들은 리더십 능력이나 특별 테마에 대한 전문지식과 같은 기타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BCG 측은 SAT 결과가 직업 수행력을 예측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BCG의 의뢰를 받아 직원 채용을 해주는 ‘아메리카’사의 제니퍼 컴파로니 대표는 SAT 점수를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수리력과 같이 성공에 필요한 기초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벤트 관리 소프트웨어회사인 버지니아 맥린의 ‘시벤트’는 입사지원자들에게 SAT 또는 ACT 점수, 대학원 진학 능력 시험점수, 학업성적인 GPA, 그리고 경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에릭 이든은 대학을 갓 졸업한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중년의 경력 직원들에게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고용하는데 많은 경험이 없다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것 아니나”면서 최근 졸업자들에는 과외 활동 경력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벤트’는 1,400명이 근무하는 회사지만 최우수 직원들이 최고 SAT 점수 소유자인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 요구
SAT와 기타 학업능력이 채용 담당 매니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인격 점검, 데이터 분석력, 인터뷰가 더 많은 취업 기준으로 적용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고용주들은 지원자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지 능력으로 직업 수행력을 예측할 수 있다는 학술 보고서는 있지만 SAT 고득점이 직원의 성과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SAT를 관할하는 ‘칼리지 보드’ 역시 이에 동의한다. ‘칼리지 보드’의 대변인은 SAT 시험은 단지 대학 1학년 수업 능력을 평가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회사들이 점수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는 아직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케빈 모나한 커리어서비스 학장은 “17세 때 치른 시험점수가 22세 때 회사 경쟁력을 이길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 한다는 데 대해서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SAT 점수를 요구하는 회사들이 대학 학점을 공식 요청하는 것처럼 ‘칼리지 보드’에 SAT 성적을 직접 의뢰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원자들에게 신뢰할 만한 자료를 요청하는 수준이다. 대신 회사들은 지원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신뢰도를 테스트하곤 한다. ‘칼리지 보드’는 SAT 점수를 영구히 보존하고 있다. 시험을 치른 후 1년 이상 지난 점수를 요구할 때는 30.50달러를 내야 하며 회신 기간은 5주가량 소요된다.
사실 SAT 등 표준 평가시험 점수를 지나치게 고려한다면 소수계 지원자들에게 분리하게 작용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2013년 자신을 흑인이라 표기하는 수험생들의 SAT 평균 성적은 독해 431점, 수학 429점, 작문 418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인들의 시험 성적은 각 부분에서 100점씩 더 높게 나왔다.
▲SAT 점수 공개가 거부감 줄수 있어
대학생과 최근 졸업생의 많은 수가 자발적으로 이력서에 자신들의 점수를 올려놓는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패트리시아 로즈 커리어서비스 국장은 학생들에게 시험성적 등 채용자 입장에서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이력 정보를 올려놓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직원 채용 담당 매니저들이 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템플 대학의 폭스 경영대의 오인수 교수는 어떤 직원 채용 매니저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 다른 매니저들에게는 결격 사유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SAT 점수를 이력서에 적어 넣으면 지원자가 자기도취증에 빠져 있거나 필요 이상의 자격 소유자 또는 고교 시절 잘 나갔다는데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SAT 점수를 요구하면 앞서 예를 든 모스처럼 기분이 상해 지원을 포기할 수도 있다.
현재 프리랜서 ‘스킬브리지’에서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있는 모스는 “1,600점에 1,450을 맞았지만 SAT 점수를 요구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회사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면서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은 직원 채용 때 학교 성적과 테스트 스코어, 출신학교를 가리기로 유명했지만 혈통이 항상 좋은 고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부조사 결과가 나온 후 2년 전부터 이같은 정책을 바꾸었다.
구글 고용분야 담당 책임자인 카일 어윙은 “내부 집계 결과 SAT 성적과 직업 수행능력과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었다”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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