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망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과 그 일가 피붙이들이 착복한 돈은 해마다 80억에서 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권을 잡은 해가 2010년이니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동안 300여억 달러를 빼돌린 것이다.
그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결국 쫓겨났다. 시위대에 발포를 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 같더니 대반전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러면 이로써 일단락 된 것인가. 사태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그러므로 섣부른 속단은 아직도 금물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점차 분명해지는 것 같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그 기간 동안 일어난 이 일련의 사태, 그 최대 패배자는 바로 푸틴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시리아 사태의 중재자로 나섰다. 이란 문제에도 개입했다. 그 푸틴은 마침내 오바마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히기에 이르렀다. 그 운세를 몰아 회심작품으로 선보인 게 소치 동계올림픽이었다.
자만심의 극치라고 할까. 전 세계, 만천하에 강한 러시아를 과시한다. 그리고 그 영광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은 바로 푸틴이었다. 그런 ‘쇼우 케이스’로 치러진 게 소치 올림픽이다.
그 절정의 순간 그런데 결정타를 맞았다. ‘러시아냐 유럽이냐’-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싸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가 아닌 유럽을 선택한 것이다.
뭔가 심장한 상징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스치는 생각이다. 반전도 그런 반전이 없다. 거기다가 한 가지 용어가 새삼 떠올려져서다. 뭐라고 했던가. ‘올림픽의 저주’라고 하던가.
“피터대제 이후 러시아는 해마다 벨기에 정도 크기의 영토를 넓혀갔다.” 헨리 키신저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 영토 확장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아니, 그 방대한 제국이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소련의 붕괴다.
그 소비에트제국 붕괴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파국이다. 푸틴이 일찍이 한 말이다. 무엇을 의미하나. 과거 소련제국의 영광을 되찾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이란 말에 다름이 아니다.
철권통치를 통한 러시아식 안정- 그 제국건설이 푸틴의 이상이다. 그가 꿈꾸는 것은 유럽연합(EU)에 맞서는 유라시아연합(Erasian Union)이다. 새로운 러시아 제국 건설이다.
2008년 8월 역시 올림픽이 열렸을 때다. 그러니까 베이징 올림픽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초현실적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군의 탱크부대가 그루지아를 침공했다. 남오세티아를 점령, 분리시켜 형식적인 독립국을 만든 것이다.
무엇을 위한 침공이었나. 새로운 러시아제국 건설을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 협력협정 체결에 강력한 태클을 걸고 나선 것이다. 왜. 역시 답은 러시아제국건설에서 찾아진다.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지역의 핵심국가다. 그 우크라이나가 유럽 쪽으로 기운다. 그 경우 러시아제국 건설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사태를 막아야 한다.
올코트 프레싱 작전이 펼쳐졌다. 선동선전을 통한 심리전과 함께 15억 달러의 차관공여 약속 등 당근도 주어졌다. 야누코비치는 6년이나 공을 들인 유럽과의 협정체결을 백지화하고 막바지에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었다.
푸틴 각색에, 푸틴 연출의 소치 동계올림픽도 새로운 러시아제국 건설의 일환이다. 강한 러시아를 대내외에 과시해 대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 그 목적. 그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올림픽이 끝난 후 그러나 오륜기 뒤에 숨겨졌던 러시아의 추악한 현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적되는 것은 대제국 건설을 위한 푸틴의 수읽기에 어딘가 심각한 오류가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가장 결정적 착각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주화, 유럽화 열망에 대한 과소평가다. 10년 전의 ‘오렌지 혁명’의 불길은 결코 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불길은 다시 거세게 타올라 자칫 러시아로 번질 기세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새삼 되 뇌이게 되는 것이 ‘올림픽의 저주’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그 체제는 머지않아 붕괴되고 만다’- 나치 히틀러제국이 그랬고, 공산주의 소련이 그랬다.
그 저주는 권위주의 형 국가의 경우에도 통용되는 것은 혹시 아닐까. 소치의 영광은 잠깐, 독립을 열망하는 소수민족들의 분노는 계속 소리 없이 타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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