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니까. 노예상태. 고문. 감금. 강간. 살인. 죽음. 거기다가 만연한 기아…. 2400만 북한주민이 처해 있는 상태를 열거한 것이다. 그 개념어들이어서인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말한다. 그럴 때 마다 때 동원 될 수 있는 끔찍한 언어란 언어는 모두 사용된 탓인가.
그런데 정작 새삼스럽다. 그리고 처절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북한의 인권참상- 그 구체적 사례가 제시되면서 그 개념어에 살이 입혀진다. 피가 흥건히 고인다. 동시에 진동하는 것이 죽음의 냄새다. 대략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그 쇼킹하기 짝이 없는 폭로 내용, 내용은 마비됐던 감각기관을 파고든다. 그 상상을 절한 고통, 그 울부짖음이….
‘김일성’의 철자를 잘 못 썼다고 온 가족이 끌려왔다. 수령의 초상화에 낀 먼지 털기를 소홀히 했다. 역시 수용소행이다. 수용소에 수감된 한 할머니가 신발을 요구했다. 일을 하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맞아 죽었다. 벌레만도 못한 반동주제에 그런 요구를 하다니.
봉제공으로 일하면서 기계를 손상하는 실수를 범했다. 감시원은 그 소년의 손가락을 잘랐다. 예닐곱 난 소녀가 하도 배가 고파 옥수수 낱알 서너 개를 훔쳤다. 그게 발각돼 맞아죽었다. 쥐를 잡아먹는 것쯤은 예사다. 혹독한 굶주림에 못 이겨 방금 사망한 동료 제소자의 시육(屍肉)을 파먹었다….
고문 받다 죽고, 맞아죽고, 굶어 죽고, 병들어 죽는다. 그 시체는 수용소 내 화장장으로 보내진다. 그 시신의 재, 그리고 타다 만 인간신체의 일부- 이런 것들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농작물에 비료로 뿌려지는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가 전한 북한의 인권침해 현상의 단면들이다. “나치 히틀러, 캄보디아의 폴 포트가 저지른 인류 학살의 만행을 떠올리게 한다.” 보고서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세습왕조의 수령과 하수인들을 그 범죄자로 처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정권에 R2P(국민보호책임)를 적용해 국제형사재판소(ICC)나 특별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벌레를 밟는다. 순간 벌레의 오장육부가 터지면서 온 몸이 으스러진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벌레취급을 한다. 그런 마인드세트에서 거리낌 없이 반인권적인 범죄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다. 그것도 공권력을 동원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 최종보고서가 전하는 내용이다. 기존에 알려졌던 것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 범죄행위들을 적시했다. 그 행간 행간에서 한 가지 절규가 들려온다. ‘Never Again!’이라는.
더 이상 몰랐다는 이유는 유엔보고서가 나온 이제 통하지 않는다. 또 다시 결코 그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Never Again)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유엔보고서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다. 이를 위해 먼저 무엇보다도 북한 당국자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동시에 전례 없이 중국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고 있다. 중국 땅에서 태어난 2만여 명이 북한 어린이들을 무적자로 방치하고 있다.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다. 그런데 북한 땅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 그 중국은 반인륜범죄의 공모자란 것이 유엔보고서가 내린 논고다.
대다수 관측통들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북한정권에 R2P(국민보호책임)를 적용해 국제형사재판소(ICC)나 특별재판소에 회부 한다’ - 이것이 가능할지 극히 회의적 시선을 던지고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북한 감싸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더 이상 북한주민의 참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워싱턴포스트의 주장이다. 아니,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양심의 외침’이다. 그 외침에 무감각하다. 대한민국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여전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게 한국의 정치권이어서 하는 말이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 최종 보고서는 세계적인 충격파를 불러왔다. 그 타이밍에 한국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인권법제정과 관련해 여당과 야당은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다는 거다. 벌써 10년째 같은 일의 반복이다. 유엔은 17년 전인 1997년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도, 일본도 이미 10년 전에, 또 8년 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떤 설명이 가능한가. ‘정치인은 영혼이 없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그렇지만 ‘자유와 인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부족’에서 그 답이 찾아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북한 눈치, 중국 눈치나 보며 우왕좌왕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유에의 확고한 신념과 함께 가슴으로 북한주민을 바라보는 정치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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