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맨하탄 지역 피자전문 파파존스에서 음식을 주문한 한인여성의 영수증에 종업원이 ‘눈이 찢어진 여성(Chinky eyes)’이라 표현, 인종차별적 언어에 당사자가 항의하여 종업원이 해고되고 트위터에 사과문이 게재된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 한달 후에는 애틀랜타 스타벅스에서 백인 종업원이 한인여성이 주문한 음료수 컵에 이름을 써서 주는 대신 찢어진 두 눈이 그려진 컵을 건네주어 그 여성이 분노한 일도 있었다.
이처럼 아시안으로 미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피부와 생김새를 둘러싼 문제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이번 2월 달은 흑인 문화유산의 달(Black History Month)이다. 올 흑인 유산의 달 주제는 흑인 인권운동(Civil Right Movement)이 미국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력 조명이라 한다.
1955년 12월 버스 인종 분리정책에 항거한 로자 파크스부터 시작하여 인종평등을 위한 비폭력 투쟁에 평생을 바친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흑인 지도자들이 벌인 민권운동 결과 오늘날 아시안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은 흑인 문화유산의 달에는 관심 없다.
오래 전 이민 온 1세 중에는 종업원 혹은 파트타임 일 하는 흑인에게 6.25 참전군인 흑인을 가리켜 깜둥이, 깜씨라 부르던 습관대로 뒤에서 그렇게 부르는 이들이 있다. 앞에서는 자칫 소송 당할까 못한다. 우리도 뒤에서는 못생겼다고 타인종이 피자 페이스(pizza face)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은 모르고 말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지닌 일부 사람들은 생김새와 피부로 판단하여 이렇게들 부른다.
미국 백인을 비하하여 양키(Yankee), 흑인을 무시하여 부르는 단어로 니거(nigger), 니그로(negro), 인디언은 피부색이 붉다 하여 레드스킨(redskin), 동양인은 피부색이 누렇다 하여 국(gook)이나 눈이 찢어졌다 하여 칭크(Chik)라는 칭호 들이다.
사람이 사람을 무시하여 부르는 품격 없는 이런 칭호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많이 정화되고 있다. 80~90년에 중국인을 비롯 한인을 오리엔탈(Oriental)이라 불렀다. 한인을 비롯 동양인이 많이 탄다하여 플러싱 메인스트릿과 맨하탄 타임스퀘어를 오가는 7번전철 급행을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라 부르기도 했다. 요즘은 이 단어가 사라져 오리엔탈이 아시안(Asian)으로 불리고 있으니 조금씩 고정관념과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고 봐도 좋다.
아메리칸 인디언도 1970년대 민권운동을 통하여 ‘네이티브 아메리칸’으로 공식적으로 부르게 되었고 흑인이라는 용어 대신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고 명칭을 바꾸자는 제안이 통과 되어 현재 사용되고 있다. 맨하탄과 브루클린, 브롱스에 사는 흑인 2세들을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고 부르기는 낯설지만 공식적인 명칭이다.
흑인 민권을 위해 투쟁한 흑인 지도자 중 백인을 미워하면서도 어린 시절 동경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이가 있다. 피부를 크림으로 닦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도 꼬불거리는 까만 머리는 얼마 후 다시 자라났고 그럴수록 더욱 비참한 심정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백인이 될 수 없다. 흑인으로 살자. 흑인인 내 모습 그대로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긍지를 갖자’, 흑인 지도자로 부상한 그의 깨우침, ‘블랙은 아름답다’(Black is Beautiful)는 흑인사회의 모토가 되었다. 이는 당당한 자존감이다.백인이나 아시안이 ‘블랙 피플’이라고 부르면 인종차별적 발언이 되지만 흑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블랙 피플’이라고 망설임 없이 부를 정도로 자존감을 회복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피부가 하얗고 노랗고 까맣고에 상관없이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서 나름의 개성, 전통, 고유의 자존심을 지녀야 한다. 요즘은 당당하고 실력 있는 아시안들이 정치, 경제, 법률, 의학, 과학, 교육 모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아시안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피부 색깔과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 다 아름답고 모두 다 소중하다. 생김새와 피부색으로 판단되고 무시하는 ‘칭크’ 같은 단어들은 점차 사어(死語)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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