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고대중국의 한 황제가 궁정 화가에게 궁궐에 그려진 벽화를 당장 치우라고 명령했다. 이유인즉 벽화속의 물소리가 자신의 잠을 설치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 일화는 우리에게 인간의 감각과 느낌, 감성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보게 한다.
감성이란 인간이 어머니로부터 느끼는 감각적 따스함, 편안함, 부드러움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닐까. 혹은 남녀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필(feel)이 꽂힌다’ 할 때 느끼는 그런 감정일 것이다. 이것은 정도에 따라 폭발적인 에너지가 될 수도,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강한 동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감성의 힘’이다.
인간은 누구나 감성을 갖고 있다. 신체의 다양한 감각능력을 복합적으로 응집시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달인이다. 그리고 그 감성을 통해서 소통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것보다 필요한 것이 이 ‘감성’이란 단어이다. 감성이 없고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종래 아날로그 시대는 귀, 눈 등을 통해 따로 따로 듣고 보는 감성 분할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시대는 인간의 오감이 하나로 혼합되듯 사운드와 이미지, 텍스트, 데이터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감성융합의 시대이다.
이 시대는 이제 더 이상 이성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즉 자기논리와 사고의 틀에 갇힌 사람이나 조직, 비즈니스는 살아남기 어렵다. 개인의 인간관계뿐 아니라 물품을 사고 팔 때, 조직의 리더와 종업원 사이 등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하나도 없다. 어느 누구든 감성을 운반하고 감성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강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하버드대학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지금 시대는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감성바이러스가 담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을 자극하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키 운동화가 아무리 비싸도 고객들의 환심을 사고, 스타벅스가 초창기 엄청난 관심을 끌면서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은 도전, 승리, 혁신 등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뇌과학과 행동과학 분야 전문가 다니엘 골만은 “아이큐는 낮으면서도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그 이유를 감성지능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말 잘하고 계산 잘하는 지적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기 보다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줄 알고 자기가 관여하는 분야에서 책임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하며 행동상의 절제력이 있고 이타 주의적이며 동정심과 관용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개인주의적이고 자기만의 논리와 이론의 프레임에 갇혀 너무 삭막하고 메마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한국의 정치가 잘 안돌아가는 것은 바로 뜨거운 가슴이 아닌 차가운 머리로 자기 논리만 주장하는 이유에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 내걸린 대자보에 ‘안녕하십니까’ 라는 글귀가 오랫동안 화제를 불러 모은 것은 힘들고 어려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이라고 하는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비즈니스나 회사의 성공여부도 고객과 종업원의 감성을 움직여야만 되는 시대다 보니 인간의 혼합된 감정과 관련된 ‘감성마케팅’ ‘감성리더십’에 많은 관심들을 쏟고 있다. ‘감성치유’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한인들 중에는 현재 비즈니스 실패, 실직과 이혼, 자녀 문제, 질병 등 각종 문제들로 인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갈수록 삶의 치열함 속에서 살아가는 21세기 우리세대에 요구되는 것은 어떠한 시련이 닥쳐와도 넘어지지 않고 견뎌내는 힘, 정신적인 근력이다. 우리가 감성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마음근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어떤 면에서든 지금 우리는 “생각 속에서가 아니라 가슴 속에서 산다”는 독일의 낭만주의자 헤르더의 주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승자가 되는 길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을 누가 얼마나 잘 활용하는 가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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