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 (목사/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국민카드 둥 신용카드사의 가입자 개인정보 1000만 건이 유출 되는 일이 벌어졌고, 미국 내에 1800대의 지점을 둔 대형 유통회사인 ‘타겟’사의 회원 정보가 4000만 건이 해킹에 의해서 노출되어서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회원가입 시에 요구하는 소셜(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 메일 번호, 주소, 비밀번호 등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즉각 크레딧 카드를 사용 중지 시키면 타인의 사용은 막을 수 있지만, 유출된 개인정보가 범죄로 계속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 메일 피싱, 보이스 피싱 등 사기 전화와 세일즈 메일 등 일방적 접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간단하게는 절친한 친구가 여행 중에 지갑을 분실했는데 소액의 돈을 보내라고 하는 것부터 거액 투자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사기의 원형을 통칭 ‘나이지리아 사기(Nigeria scams)’ 라고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액의 보상금을 내세워 선불금을 요구하는 이 사기 방법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해서 이미 국제적인 제제에 들어갔고, 뉴욕동포들도 이 유형의 범죄에 노출되어서 필자가 아는 여러 사람이 피해를 당해 애써 모은 재산을 날리고 말았다.
“나는 국제적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검은 돈을 국외로 빼내주는 일을 한다. 돈을 빼돌리는 데 쓸 은행 계좌를 빌려주면 거액의 사례를 하겠다.”
이러한 패턴으로 유출된 정보를 통해서 범죄자들이 이 메일이나 전화로 접근해 온다. 이러한 말에 금방 넘어갈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단위가 크다. 몇 천만 달러에 이른다. 궁금해서 질문을 해본다. 소속 금융기관 전화번호를 달라, 이름을 달라. 커미션은 얼마냐, 그러면 본인 전화번호를 보내오고, 전화를 하면 실재로 그 은행의 여직원이 국제전화로 유창하게 영어로 인사를 하고 예의 인물을 바꾸어준다. 그렇다면 신원은 확인한 셈이다.
드디어 행운의 여신이 내게 손짓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얼굴도 본 적 없는 그 사기꾼을 믿게 된다. 그러면 그 다음 단계는 은행직원을 매수하기 위해서 혹은 세금 등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액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거액의 수수료를 생각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자금을 보내는 방법은 모니 오더 등으로 우편으로 보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걸리면 계속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앞에 송금한 금액은 국제전화로 은행계좌를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찍으면 정확히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쪽에서 공식은행문서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면 세계적인 은행 레터헤드에 잔고 증명을 우편으로 보내온다. 그러면 다시 사기꾼을 믿게 되고 더 큰 금액을 송금하게 된다.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은 나이지리아의 PC 방이나 러시아의 시골창고에서 사기꾼들이 PC와 신원증명이 필요 없는 싸구려 휴대폰으로 만든 것이다.
뉴욕에서 수십 년 비즈니스를 한 사업가가 수차례에 걸쳐서 백만 달러를 송금한 후, 입금 서류를 받았으나 추가 송금을 요구 받자 필자에게 계약서류를 한번 봐달라고 부탁해 왔다. 친구 변호사와 검토를 하다가 직감이 이상해서 그 서류를 들고 그 국제 은행의 맨하튼 지점을 방문해서 확인했더니 그 은행이 사용하는 서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각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아름다운 목소리의 여자가 유창하게 전화를 받았다. 은행직원이 몇 가지 질문을 하자 그대로 전화를 끊고 그 다음부터는 단 한 번도 전화 연결할 수 없었다. 그런 경우 FBI 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미 당한 것이다.
이렇게 고수익을 보장한 국제적 선불사기, 수수료사기, 돈세탁 사기 등이 1990년대에 ‘나이지리아 커넥션’이라는 범죄 조직에 의해서 한국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동일한 패턴으로 범죄가 재구성 되어서 셰익스피어 연극 보다 더 다양한 수법으로 나타난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를 상속한 합스브르크의 왕자의 법정대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망한 소련의 최대국영 석유회사의 비밀계좌를 관리하는 전직 고위 정보관리자라며 접근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여성 사회사업가는 십 년 동안 터키 공주에게 투자했다가 저택만 날렸다. 뉴욕의 어느 목사님은 스위스에서 왔다는 노신사가 보내준다고 약속한 100년 전에 망한 유럽왕가의 유산을 눈이 빠지게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민주화 된 후에 이런 범죄를 막기 위해서 만든 형법이 419 조항이다.
인터넷에서 ‘나이지리아 419 (419 Scams)’를 검색 하면 소설보다 다양한 실제 범죄 피해사례를 볼 수 있고 범죄유형이 더 대담해지고 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대량 사태를 당해서 한국 국가정보부, 외교부 사이트도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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