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북한의 장성택 처형뉴스를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이 떠올랐다.
이야기는 간악한 돼지의 선동을 받은 동물들이 주인 존스 씨를 착취자라며 농장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간을 쫓아낸 동물들은 “동물은 누구나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동물은 누구나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등등…” 의 7계명을 걸고 혁명을 일으키며 낙원을 꿈꾸었다. 모두가 기아와 채찍으로부터 해방되고 모두가 평등하며 각자 자기능력에 따라 일하고,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사회였다.
그러나 그 꿈은 나폴레옹이라는 영리한 돼지가 권력을 잡으면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은 온갖 기만 수단을 동원하여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헛간의 벽에 써있던 계명들은 동물들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약간씩 달라져 있었다.
예로 제 6계명은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라고, ‘이유 없이’라는 말이 더해져 있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계명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로 바뀌어 있었다.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다른 지도자 스노우볼과 그와 비슷한 비판적 생각을 가졌던 동물들은 가차 없이 추방 혹은 처형되었다. 물론 이유가 그럴 듯하게 설명되었고, 누구 하나 질문할 수 없는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곧 이어 나폴레옹은 영도자, 모든 동물들의 아버지, 양 우리의 보호자, 새끼 오리의 친구 등의 칭호를 받게 된다. 그는 인간이 살던 농장 집안에서 살면서 개들의 시중을 받게 되며, 왕관이 그려진 도자기에 식사를 하게 된다. 더 많은 두뇌 작업을 위해 그런 휴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그는 모든 불평을 잠재웠다.
마침내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돼지들은 새로운 지배계급이 되어 하급 동물들을 완전히 착취하게 되었다. 지배 받는 동물들은 처음 품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도 기억할 수 없었다.
그 즈음에 다섯 번째 계명도 일반 동물들이 잘못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제 5계명이 “동물은 누구나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알았지만 그들이 잊었던 두 단어가 있었다. 실제로 그 계명은 “동물은 누구나 술을 과도하게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고위층 돼지들은 인간들과 같이 집안에서 앞발로 술이 가득한 축배를 들고 있었다. 집 밖에서 이 광경을 보던 동물들의 눈물 젖은 눈에는 어느 것이 돼지인지 사람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요즘 미국내 의료개혁이 한참 진행 중이다. 의료개혁의 꿈은 “모든 미국인은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의료 혜택의 권리가 있다. 모든 인간은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의료보험은 누구나 가질 수 있도록 저렴하여야 되며, 국가와 부자는 가난한 자를 도와주어야 한다” 등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개혁 과정 속에서 새로운 ‘나폴레옹’이 나올까봐 걱정이 된다. 보험회사, 특정병원, 아니면 매니지먼트 회사 혹은 탐욕스런 의료인들도 새로운 나폴레옹이 될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할지 모른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인간들보다 더 평등하다.” 그리고 덧붙일 것이다. “내가 더 나은 두뇌작업을 하기 때문에 많은 이익을 챙기는 것은 결코 지나친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인간은 꿈이 있기에 동물들과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그 꿈이 변질되지 않아야 행복을 가져다 주는 근원이 된다. 그 꿈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배려하는 ‘자발적 희생’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금이 아름다운 것을 알게 되면, 별이 아름답다는 것을 잊어 버린다”는 독일속담이 있다. 그동안 내 마음이 흐려져 별의 아름다움을 잊고 지내지는 아니 했던가? 1월의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은 유난히도 반짝거리며 “별은 금보다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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