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말 띠의 해. 진정한 의미에서 닷새 후부터 시작되는 이 갑오(甲午)년은 중국에 있어 국가적 수치를 상징하고 있다. 1894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두 갑자 전의 갑오년. 일본과의 전쟁에서 참패의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갑오년에 대한 중국의 감회는 때문인지 비장하기까지 하다.
“1894년 갑오년은 봉건 중국의 종막을 재촉한 해였다. 그 갑오전쟁 후 17년만에 오랜 왕조체제가 붕괴했다. 그리고 60년. 또 다시 찾아온 갑오년(1954년)은 새로운 중국의 부활의 해가 됐다. ‘항미원조’(抗美援朝)의 깃발을 높이 든 해이기 때문이다.”환구시보의 주장이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세 번째 갑오년은 위대한 중흥의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은 중국이 세계를 제패하는 해로, 2014년 갑오년은 그 위대한 출발의 원년이 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현재의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와 유사하다. 중국의 지속적인 군비증강은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과의 우발적인 충돌은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 말이다.
중국과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의 그 발언을 뒤로 하고 아베는 중국의 또 다른 라이벌인 인도 방문 길에 나섰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다툼이다. 중국이 센카쿠열도가 포함된 동중국해 일대를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했다. 아베는 2차 대전 전범의 위패가 봉안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이후 두 나라관계는 충돌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미 설전(舌戰)단계는 지났다. 이제는 프로퍼갠더(宣傳)전이다. 두 나라 외교관들은 저마다 상대를 비난하는 글을 외국 언론에 싣는다. 국내 미디어들은 전쟁 가상 시나리오를 경쟁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아베의 발언도 그 전쟁의 일환이다.
‘120년 전의 수모를 결코 다시 당하지 않겠다’-. 중국의 입장도 여간 단호한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새삼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아베를 아예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 취급을 한다. 정상회담제의를 일축한 것이 그 한 예. 중국군부에서 나오는 소리는 더 호전적이다. 일본이 발포를 해오면 아예 초토화시키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실제 전쟁이 실제 발발했을 때 어느 쪽 승리로 귀결될까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중국이 우위에 있다. 일본 자위대 병력은 중공 인민해방군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러니까 중국의 승리는 자명하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중국이 패할 수도 있다.” 일본이 아니다. 중국에서 나오는 경고다.
120년 전의 갑오전쟁에서 중국은 왜 패배했나. 군사력에서도, 경제력으로도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도 참패의 수모를 당했다. 그 이유를 당시 일본의 정보보고서는 이렇게 예단했다.
“중국 사회는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부패했다. 비록 군사적,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그 중국은 전쟁능력이 없다. 일본이 침공하면 바로 무너질 것이다.”
“과거에 비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1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부패’라는 고질을 앓고 있는 중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인 우지안의 지적이다.
“중국공산당의 최대 적은 부패와 범죄다.” 이미 20년 전부터 나온 지적이다. 누구나 부패를 혐오한다. 그러나 모두가 부패했다. 개혁개방 30년이 가져온 또 다른 결과다. 부패에 관한 한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모순에 갇혀 있는 것이 중국 사회다.
부패가 만연돼 있다. 그 상황에서도 한 가지 신화 같은 믿음이 존재해 왔다. 최상층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깨끗할 것 것이라는 민초들의 소박한 믿음이다. 그 믿음은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단초를 제시 한 게 보시라이 스캔들이다. 2탄은 석유방의 대부로 알려진 저우융캉의 몰락. 수억, 수십억 달러의 돈을 물 쓰듯 했다. 거기다가 색과 정욕으로 일그러진 사생활. 그 실상이 공개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공산당 지도자들의 추한 민낯이 드러난 것.
그게 그런데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에게만 국한 된 이야기일까.
또 다시 거대한 시한폭탄이 터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중국 지도층 가족들의 해외 조세피난처유령회사들이 폭로된 것이다.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1조~4조달러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같은 액수도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시 시작되는 갑오년이다. 이 해는 위대한 중국의 중흥, 그 원년이 될 것인가. 아무래도 그 반대방향으로 생각이 기운다. 2014년 갑오년은 부패로 찌든 체제가 심각한 균열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그 원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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