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책마다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예일대 법대 에이미 추아 교수의 신간을 놓고 시판 전부터 또 다시 시끄럽다. 화제의 책은 추아 교수가 남편과 함께 저술한 ‘더 트리플 패키지’로 추아 교수는 미국 내 몇 개 집단들이 3가지의 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녀의 이런 주장은 특정 민족의 문화 우월론이라는 비판과, 도발적이지만 명쾌한 사회연구서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추아 교수가 성공적 사례로 꼽은 집단은 유대인과 중국인, 이란, 레바논, 나이지리아, 인도 출신 미국인, 쿠바 출신 망명자, 몰몬 교도 등 8개이다. 그녀는 이들의 성공 요소로 자신들은 남다르다는 ‘우월감 콤플렉스’와 ‘충동조절 능력’을 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트리플 패키지가 완성되지 않는다. 패키지의 나머지 한 가지는 ‘불안감’이다.
추아 교수의 논리와 주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있겠지만 불안감을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왜냐하면 불안감은 보통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너무 심할 경우 그것은 파괴적인 역할을 한다. 미 국립정신보건원에 따르면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미국인은 약 4,000만명에 이른다. 전체 성인 인구의 20%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런 장애는 갖가지 신체적 반응과 우울증을 불러일으키며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반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부류도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주의력 결핍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자기보호와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장애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너무 근심 걱정이 없는 것은 개인과 사회에 해롭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지도자의 불안감 결여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8년 한 연구를 통해 뛰어난 배우와 경영자들, 그리고 군주들의 심리 깊숙한 곳에는 대개 불안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월감 콤플렉스와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은 그리 드물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적당한 수준의 불안감은 우리를 분발시키는 자극제가 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은 이런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는 우리의 뇌가 마냥 행복감을 느끼도록 진화돼 오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데는 불안감과 두려움, 외로움, 갈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반응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성공에 대한 우리들의 불안감은 동기를 부여해 주는 진화론적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책상 앞에 앉게 만드는 것은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다. 미래의 성공에 대해 불안한 학생들일수록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며 테뉴어가 걱정인 조교수들은 그래서 밤늦게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는 것이다.
추아 교수가 사례로 든 트리플 패키지 집단은 대부분 미국사회 내의 소수 그룹이다. 나름의 전통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우월감은 갖고 있지만 주류사회 속에서의 성공에는 어느 정도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한인 이민자들은 이들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인사회 역시 추아 교수가 언급한 트리플 패키지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두뇌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며 이것은 교육열과 어우러져 눈부신 발전의 초석이 됐다.
게다가 한국사회의 치열한 경쟁은 더욱 노력하도록 만드는 동기가 되며 그 바탕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불안 심리이다. 한국인들의 저축률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높고 교육부문에서 선행학습이 지나칠 정도로 극성인 것도 다 불안감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성장한 한인 이민자들이 소수민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미국에서 한층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이민자인 당신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단 그것을 ‘좋은 불안’으로 만들 때 바른말 해 주는 친구가 되고 동기부여로 작용하게 된다. 데카르트식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나는 불안하다. 고로 노력한다’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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