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객원논설위원>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한국인 과학자 한 명이 나와 강의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의 이름은 데니스 홍(42)이다. 그는 고려대 공대 1학년 재학중 도미해 미국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버지니아 공대 기계공학교수로 있다 최근 UCLA로 옮겼다. 그의 전공은 로봇이다. 로봇개발자로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권위자에 속한다.
그는 7살 때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작은 로봇을 보고 황홀경에 빠졌다 한다. 그리고 장래 로봇과학자가 될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시켰다. 그가 만든 로봇중엔 휴먼(인간형) 로봇이 있다. 키 1미터30센티의 휴먼로봇은 2013년 7월1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로봇월드컵대회 휴머노이드(인간형)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2009년엔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텔레비전에 잠깐 비춰진 시각장애인의 자동차 운전 모습은 하나의 기적을 연상케 했다. 경주장을 운전하고 난 그 장애인은 운전을 마친 뒤에 너무나 감격한 웃음을 지었다. 말이 감격이지 얼마나 뿌듯했을까. 아마도 천국을 운행한 기분이었으리라.
데니스 홍은 미국 최초의 휴먼로봇 ‘찰리’를 만들고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과학잡지 ‘파퓰러 사이언스’가 제정한 ‘과학을 흔드는 젊은 천재 10인’(2009년)에 선정됐다. 그는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요리사요 마술사다. 집에선 직접 요리를 한다. 마술을 좋아해 마술경연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는 말한다. “항상 어린이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어른의 책임감 있는 가슴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열정적으로 즐겁게 오늘도 나의 꿈을 쫓는다”고. 그는 비평가들의 천재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하는 일에 기쁨과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뿐이라 한다. 그는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일에 몰두한다.
그의 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로봇공학챌린지 대회의 본선 7개팀에 선정돼 300만달러의 연구비를 받고 연구한다. 로봇공학챌린지란 재난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로봇개발을 말한다.
홍박사는 “지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단 한 대의 로봇도 원자로 내부에 들여보내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재난 시 로봇이 사람 대신 할 수 있는 역할은 중대하다. 미국방부에서의 합격점은 2014년 12월까지 로봇이 차를 운전하고 자갈더미와 공장의 사다리를 오르며 도구를 써서 벽을 뚫고 배관을 정비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한다.
본선에 진출한 7개 팀 가운데에는 또 다른 한국계 과학자인 폴 오(드렉셀대학)교수팀도 들어있다. 한인 두뇌의 뛰어남이 세계를 놀라게 한다. 본선 진출 팀이 1등할 경우 200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보너스가 문제이랴. 로봇이 운전하고, 로봇이 화재가 난 집에 투입돼 인명을 구한다면 이보다 더 신기한 일이 어디 있을까.
데니스 홍은 “일은 취미처럼 하되 목숨 걸고 한다”고. 그가 설립한 로봇연구소 로멜라(RoMeLa: Robotics and Mechanisms Laboratory)도 그와 버지니아공대에서 UCLA로 옮기며 함께 간다. 연구소엔 대학 및 대학원생 수십여명이 홍박사와 함께 뒹굴며 연구한다. 연구생들과 함께 물총놀이도 하고 깔깔대며 연구한다. 분위기 최고다.
데니스 홍이 연구실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항상 생각하라!”이다. 그러며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사회 더 나아가 국가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기분은 정말 뿌듯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뿌듯함 정도가 아니다.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와 나라는 건전한 방향으로 바뀌고 전진하게 된다.
조금 지나면 데니스 홍 연구팀이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가 장애인을 태우고 시장도 보러 다닐 거다. 또 로봇이 화재 난 집에 들어가 인명도 구할 날이 올 거다. 데니스 홍은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된 것은 부모와 가족, 특히 과학자인 아버지에게 성공의 모든 공을 돌린다. 그리고 하는 말이 있다. 로봇공학자가 된 건 취미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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