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사이트인 커리어블리스가 얼마 전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직장’ 순위에서 제약회사인 화이저가 또 다시 1위에 올랐다. 화이저에 이어 카이저 퍼머넌티가 2위에 올랐다. 이 순위는 일터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소들, 즉 일과 삶의 균형, 상사와 부하직원들 간의 관계, 직장 문화, 처우, 성장 기회 등 7개 부문에 걸친 직장인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순위가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매년 거의 같은 이름들이 명단에 오르는 것을 보면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주는 기업들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것 같다. 행복한 직장들의 평균 연봉을 보니 5만여달러에서 8만여달러 사이로 생각보다 그리 높지는 않다. 그렇다고 저임금도 아니다.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평균 연봉을 받고 있는 월스트릿의 금융기관들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보면, 받는 돈에 비례해 그만큼 더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행복한 일터들에서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설문에 응한 직원들의 답변을 분석해 보면 상하 간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자신이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이 일터의 행복과 만족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진 덴마크에서 가장 행복한 직장으로 뽑힌 제약회사 ‘로슈 덴마크’를 소개한 한 르포 기사가 떠오른다. 이 기업의 모토는 ‘사람은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는 것이다. 이런 평등의식이 바탕이 되니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거리낌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지난 해 한국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직장은 ‘제니퍼 소프트’라는 작은 IT기업이었다. 이 회사의 복지수준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이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젊은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그의 철학은 한마디로 ‘사람 중심’이다. 직원들이 행복하지 못하면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며, 기업의 존재 의미는 구성원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복지에다가 직원들의 자율성을 100% 보장해 주는 기업문화 때문에 곧 망할 것이라는 주위의 냉소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매년 수십%씩 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행복한 일터의 비법은 가정의 행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복한 가정들을 보면 꼭 돈 많은 집안은 아니다. 오히려 돈이 많아 가족들 간에 불화와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고 찢어질 정도로 가난해서는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다. 또 형제들 간에 경제적 형편이 너무 차이 나도 화목을 저해한다. 모두가 적당한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족들 간에 대화와 소통이 잘 이뤄진다면 행복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을 통해 세상의 모든 행복한 가정은 같은 이유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것을 좀 더 확대해 본다면 일터가 됐든 나라가 됐든 세상의 모든 행복한 조직은 같은 이유로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행복의 비결은 ‘적당한 경제적 수준’ ‘구성원들 간의 소통’ 그리고 ‘평등’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니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길도 여기에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행복’이 아니라 ‘국민항복’ 시대라는 조롱도 나온다.
정말 대통령이 국민행복을 걱정하고 있다면 3개의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쓸데없는 부문의 예산을 아껴 최대한 복지를 실현하면서 ‘국민소탕’이 아닌 ‘국민소통’에 힘쓰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조치를 실천해 나가면 된다. 그러면 조금씩 ‘국민행복’에 다가설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자기계발서와 행복지침서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이런 트렌드는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사회가 행복을 전혀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들이 알아서 악착같이 성공의 계단을 올라가고 행복의 비법을 깨우치려 몸부림치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안겨주는 행복을 원한다면 그 방법은 간단하다. 행복의 키워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철학과 식견, 그리고 실행의지를 가진 리더를 선출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를 뽑는 것은 행복지침서와 자기계발서를 수십권 읽는 것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우리를 행복의 나라로 안내해 줄 것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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