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올해 경기는 어떨 것이다’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의 하나가 ‘올해 살림은 작년보다 얼마나 나아질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전망이 맞아 떨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이를 정확하게 미리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1929년 초가 대표적인 예다. ‘요동치는 20년대’(the Roaring Twenties)라는 말이 있듯이 20년대는 미국 경제가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린 시절이었다. 20년대 초부터 대규모 호황이 10년 가까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이제 불황은 옛날 얘기고 앞으로는 호시절만 올 것으로 생각했다.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미국 경제는 영원한 호황의 고원에 올라섰다”는 호언장담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해 10월 미 증시는 사상 유례 없는 폭락을 기록했고 미국은 대공황이란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미국인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며 곧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호황은 바로 코너 다음에 있다’(Prosperity is just around the corner) 같은 말이 당시 사회 분위기를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1930년이 가고 1931년이 가고 1932년이 가도 경기는 좋아지지 않았다. 좋아지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미국 노동자의 1/3이 일자리를 잃고 1만개가 넘는 미국 은행이 도산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했다. 1929년 400대에 달했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933년 1/10 토막이 나고 나서야 하락을 멈췄다.
사람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을 잃었고 이제는 영원한 불황이 계속되리라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바로 그 때 미국 경기는 서서히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대공황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를 예측하는데 실패했고 경기 침체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이 시기를 제대로 맞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해마다 쏟아지는 경제 전망을 새겨서 들어야 할 까닭이 여기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대불황 때도 마찬가지다. 2008년 리먼 사가 파산하고 미국 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도 이를 미리 예측한 전문가는 소수였다. 그 후 지난 4년 여간 ‘이제 미국 경제는 최악은 지났으며 곧 회복기로 접어든다’는 전망이 해마다 등장했다. 그러나 잠깐 반짝이는 것 같던 미 경기는 곧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최근 나오고 있는 지표들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농업을 제외한 미국 내 일자리는 월 평균 20만개가 증가했다. 최악이던 2010년 2월 이래 740만개의 일자리가 더 생긴 것이다.
거기다 주식이 2007년 최고치를 뛰어넘고 주택 시장도 활기를 차지하면서 미국인들의 자산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소위 집값보다 론이 더 많은 소위 ‘깡통 주택’ 수도 급격히 줄고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기업들은 자금이 넘치고 빈사상태이던 자동차 시장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처럼 여러 호재가 한꺼번에 겹친 것은 대불황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1~2%대에서 바닥을 기던 미 GDP 성장률이 올 처음으로 3%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경기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 상황이 좋더라도 예기치 못한 사태로 얼마든지 다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쏟아져 나온 밝은 지표들은 올해야 말로 대불황 시작 이래 처음으로 미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해가 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대공황도 바닥을 치는데 4년 걸렸다. 올해는 대불황이 시작된 지 6년이 되는 해다. 다시 올라설 때가 되고도 남았다. 올 미국 경기가 ‘말의 해’를 맞아 펄펄 뛰는 말처럼 약동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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