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2014년 새해가 밝았다. 갑오(甲午)년 말띠(靑馬)해다. 언제나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되면 모든 게 새로워 보인다. 그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새 마음일 게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지난해의 묵은 때를 깨끗이 잊거나 벗어버리고 새해엔 새 뜻과 새 의지로 새 마음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가 돼야 하지 않을까.
사실, 새해가 되었다 해도 산천은 그대로 있다. 바람도 그대로 불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발도 그대로다. 시계의 초침도 어제와 오늘이 같다. 그렇다면 왜 새해라 불러야 하나.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새롭게 달라져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품기 때문일 게다.
새해를 맞이한 우리는 어떤 각오와 의지로 또 한해를 지내야 하나. 먼저 한국의 교수신문이 대학교수 600여명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다. 그중 1위가 ‘전미개오(轉迷開悟)’다. ‘구름 전, 미혹할 미, 열 개, 깨달음의 오’자로 “어지러운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에 이른다”는 불교적 용어다.
서울여대의 한 교수는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의미로, 또 다른 교수는 지난 2013년의 한 해 동안 가짜와 거짓이 횡행했던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어 진짜와 진실이 승리하는 한 해를 열어가야 하기에 이 말을 추천했다 한다. 또 많은 교수들은 국민들의 새로운 깨달음이 절실해 이 말을 뽑았다고 한다.
세상엔 본질(本質)과 비본질(非本質)이 있다. 혹자는 “본질과 비본질 이 두 가지만 잘 판단하고 살아간다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본질은 무엇인가. 비본질을 알면 본질이 드러난다. 비본질이란 “사물을 그 본질이도록 하는 고유한 성질에서 어긋나는 것”이라 부른다. 즉 본질이 진실이라면 비본질은 거짓을 말한다.
예들 든다. 성(性), 즉 섹스(Sex)의 본질은 사랑과 종족보존이다.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성에서 출발하며 성과 함께 하여 종족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성(Sex)이 상품화되거나 욕심과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때, 성은 비본질화 된다. 사랑이 없는 섹스는 본질을 떠난 비본질의 행위에 불과하며 진실이 아닌 거짓임엔 확실하다.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자는 누구일까. 가장 진실 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오늘을 진실 되게 살아간다면 세상에 무엇이 두려울 게 있겠나. 하루를 살아도 본질을 추구하며 진실 되게 사는 자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존재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황금 같은 존재다. 새해의 소망이라면 삶을 본질 되도록 사는 이런 깨달음이 아닐까.
자신의 본질을 잘 알아 자신의 적성과 환경에 맞게 살아가는 것도 큰 용기 중 하나다.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인 비교로 남과 비교하여 더 좋은 삶을 살기위한 분투와 노력은 해야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우월감에 빠지거나 상대적 좌절감이나 빈곤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또한 진실하게 살아야 될 삶엔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장자> 어부(漁夫)편에 보면 자신의 그림자에 놀라 그림자를 피하려 뛰고 뛰다 결국 죽고 만다는 어리석은 사람의 얘기가 나온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계속 그림자를 본질로 착각하고 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유한 글이다. 장주는 말한다. “당신의 참된 본성을 지켜 외물(外物)인 명성 따위는 그것을 준 자에게 돌려보내라”고 한다.
그리고 본래의 자기로 돌아온다면 모든 고달픔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장주는 인간의 참된 본성을 ‘정성(精誠)의 극치’에 둔다. 그는 하늘에 따르고 참된 본성을 존중하며 세속 따위에 구애되지 않는 자를 성인(聖人)으로 친다. 성인까지야 못되더라도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일에 정성의 극치를 다하는 참 본성을 찾는 것 또한 큰 깨달음이다.
‘전미개오’, 가짜와 거짓에서 벗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목표를 향한 정성의 극치에서 한해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거다. 진실 되게 사는 것만이 참된 용기요 삶의 진정한 본질이다. 청마(靑馬)가 뛴다. 곧장 달리는 거다. 그래서 다시 연말이 되어 돌아볼 때 “참 잘도 달려왔구나!”란 탄성이 나오도록 힘차게 달려보는 거다. 청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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