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지났다. 한 해가 또 다시 끝자락을 드러내면서 모든 게 일시나마 휴지(休止)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렇게 2013년도 과거 속으로…’-. 그런 상념이 스치기가 무섭게 돌발 뉴스가 전해진다. 2013년 12월26일. 도쿄와 베이징 발(發)로 전해진 소식들이다.
“처음 그 뉴스를 믿지 않았다.” 도쿄에 주재해 있는 한 베테랑 서방 특파원의 말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뉴스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 같은 극동정세다. 그런 판에 그런 무리수를 감행할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 것이다.
제작비가 1600여 만 달러나 들었다. 그런 그의 황금좌상이 세워졌다. 그런 가운데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전원이 방부처리 된 그의 시신을 참배했다. 그리고 전 중국은 그를 찬양하는 노래로 뒤덮였다. 크리스마스 보다 더 성대히 모택동의 120주년 생일 경축행사가 펼쳐진 것이다.
왜 그 같은 무리수를 두었나.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뒤로하고 던져지는 질문이다. 본인이 원해서다. 그는 내셔널리스트다. 그 본심을 숨길 수 없었다. 한 쪽에서의 지적이다.
민자당 내 우파를 겨냥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술책이다. 미국의 지지를 과신한데서 온 망발이다. 숨겨진 더 큰 목적이 있다.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의도에서 저지른 도발이다. 중국을 흥분시켜라. 중국이 격한 반응을 보이면 일본의 국내여론도 비등한다. 반(反)중 무드가 팽배해질 때 헌법 개정은 그만큼 쉽다. 해석은 여러 갈레다.
왜 느닷없는 모택동 찬양인가. ‘동방홍’(東方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붉은 깃발로 뒤덮인 중국 전역- 그 초현실적 광경과 관련해 나오고 있는 질문이다.
중국공산당 내 좌파를 의식한 제스처다. 그러나 그 보다는 공산당 통치가 한계에 봉착한데서 온 거대한 정치 쇼라는 데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49년에서 1976년까지 모택동 통치기간 동안 최소한 7,000만 명 이상이 무고한 죽음을 당했다. 4,000만 이상의 아사자를 낸 대약진기간(1958~61)동안에도 민중의 고난에는 아랑곳 않고 모택동은 사치의 극을 달리는 생활을 즐겼다.
그런 모택동의 죄악상은 모두 덮어졌다. 그리고는 신중국의 아버지, 중화내셔널리즘의 화신, 항일전쟁의 영웅, 그리고 반(反)부패의 상징으로 모택동 신화를 재창조하면서 선전선동에 나선 것이다.
왜. 경제성장의 동력이 꺼지면서 공산당 일당통치의 합법성은 위기를 맞았다. 이 정황에서 공산당 수뇌부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고르바초프 강박증세다. 체제붕괴는 막아야한다는.
여기서 대두된 게 시진핑식의 신 권위체제다. 모택동의 통치방식을 도입해 강력한 체제단속에 나선다. 시장경제 정책은 그 대로 밀고 나가면서.
“사실 아베는 오래 전부터 꿈을 지니고 있었다. 50년대 할아버지 때부터의 염원인지도 모를 그런 꿈이다. 미국에 의해 치욕적으로 받아들였다. 평화헌법이다. 그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BBC방송의 분석이다.
“그 헌법을 통해 강요된 것은 평화뿐이 아니다. 일본 특유의 가치관은 배격됐다. 그리고 인권 등 보편적 가치관으로 불리는 서방의 가치관이 강요된 것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 아베는 가치관의 변화도 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계속되는 지적이다.
정풍(整風-당 기풍의 정화)과 군중노선을 강조하면서 시진핑 신 권위체제가 내세운 것은 한 마디로 서방가치관의 배격이다. 인권이니, 미국식 입헌주의니 하는 것은 소련공산주의 체제 몰락을 가져온 미국의 소프트 파워 무기라는 해석과 함께 지식인, 인권운동가 등에 대해 철퇴가 내려졌다.
“헌법 개정은 아마도 그에게 부여된 역사적 소명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아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공산당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권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시진핑은 자신이 그 당사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계속되는 지적이다.
무엇이 그러면 그 같은 소명의식을 가지게 하고 있나. “권력에 대한 ‘entitlement의식’이다. 권력자의 2세다. 아베의 경우는 3세에 이른다. 그런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통치는 타고난 나의 운명’이란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디플로매트지의 지적이다.
그런 그들은 권력이, 나라가, 또 세계가 자기중심으로만 돌아간다는 일종의 ‘천동설’적인 세계관을 지니기 쉽다. 스스로를 권력으로, 국가 그 자체로 착각하는 국가주의적 성향을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그 의식은 그리고 곧잘 소신으로 변모한다.
문제는 그 소신이라는 것이 내셔널리즘이란 추악한 얼굴을 보이고 있다는데 있는 것이다. 아베나, 시진핑이나 모두.
2013년 12월26일. 도쿄와 베이징 발로 전해진 두 뉴스. 무엇인가 새해에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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