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 (교육가)
‘새 해는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나날을 쌓으시기 바랍니다’ 는 누군가가 보내온 새해맞이 인사가 마음에 든다. 때가 되면 서로 나누는 인사말에도 개성이 있으면 더욱 반갑고 고맙다. 그런데 한 쪽에서 어린이들이 외치고 있다.
어디에 새 해가 있지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어요. 오늘도 어제의 해님이 나왔고, 우리 집이나, 거리의 모습도 변한 게 없어요. 새 해는 어디에 있지요? 그들의 말이 옳다. 새로운 것이 거의 없으니까 새 해일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력이 소리친다. ‘바로 내가 바뀌었지 않아요? 2014년이라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달력만 바뀌면 새 해인가?
우리는 새 것을 좋아한다. 새 환경, 새 소지품, 새 행사, 새 일, 새 친구, 새 생활용품, 새 옷, 새 음식...등 새로운 것을 즐긴다. 특히 새 해를 기다린다. 무엇인가 새로운 힘이 솟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에, 적당히 마디를 만들어 새로움을 창조하도록 자극하는 인류의 지혜는 놀랍다. 우리에게 새 해의 행방을 찾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슬기로운가.
결국 새 해는 각자가 만드는 창조품이다. 각자의 디자인에 따라 새 해의 크기, 무게, 모양, 색채에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새 해를 맞이하는 각자는 새로운 설계를 큰 소리로 외칠 수도 있고, 조용히 마음속에서 계획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취하거나 ‘새로움’을 바라는 마음이 담기기 때문에 새 해의 뜻이 있다. 그래서 어떠면 새 해의 인사는 ‘좋은 새 해를 디자인하세요’가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새 해를 색채로 디자인하겠다는 그룹이 있다. 붉은 색을 선택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친구가 없는 사람에게는 친구가 되어주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작은 돈이라도 보태주고, 힘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초록색을 선택한 사람들은 같이 지혜를 보태서 하고 있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한다. 노란색을 택한 사람들은 병약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단다. 어떤 방법을 취하든지 모여 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따뜻함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계획을 듣고 있던 사람이 소리친다. ‘나는 내 생활 태도를 바꾸겠어. 몇 가지 일을 한 번에 할 생각을 버리고, 한 때 한 가지씩만 할거야’ 누군가가 뒤따른다. ‘나는 일하고 나서 뒷처리를 말끔히 하겠어’. 이번에는 또다른 목소리가 끼어든다. ‘나는 누구하고나 약속도 잘 지키겠어’ 왜 이렇게 모두들 나쁜 버릇을 고치고 착해지겠다는 것일까? 새 해이기 때문이다. 비록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더라도,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새 해는 새롭기 때문에 좋다.
결국 새 해의 새로움은 각자가 만드는 것이다. 각자가 디자인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겠고, 어떤 차례로 하겠고, 어떻게 일하겠고, 그 결과는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겠고...등은 오직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무엇인가 계획을 세우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드물다. 이런 계획을 짤 수 있는 계절이 새 해 정월임을 생각할 때, 이를 환영하게 된다.
필자는 가끔 ‘채근담’ 김수경 옮김을 읽는다. 그 이유는 고전이 전하는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으며 ‘자연에서 마음 가다듬기’를 읽으며 새 출발을 한다. ‘산에 있으면 마음이 상쾌해져 무엇을 대하든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떠가는 구름과 노니는 학을 보노라면 세속을 뛰어넘는 생각이 일고, 계곡 물과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맑고 깨끗한 생각이 우러나며, 예스런 전나무와 서리 찬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은 절개가 우뚝 서고, 물가 기러기와 사슴 떼를 벗하면 부질없는 생각이 어느새 사라진다. 그러나 한 번 속세에 빠져들면 속세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몸은 그저 군더더기일 뿐이다.’ 편한 마음으로 새 해를 양 팔 벌려 마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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