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은 아주 강하고 질기다. 오죽하면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나쁜 습관으로 심장의 건강이 악화돼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대다수가 2년 정도 지나면 다시 옛날의 나쁜 습관으로 돌아간다는 관찰은 습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새해를 앞두고 누구나 한두 가지씩 다짐을 한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작은 습관의 변화를 결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험상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신년다짐이 결국은 실패로 끝나게 되리라는 것을.
캐나다의 한 학자가 신년다짐들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조사해 보니 22%는 1주일 만에 포기하고 1달이 지났을 때는 40%가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후에는 60%가 신년다짐을 버렸으며 2년이 지났을 때는 81%가 옛날로 돌아가 있었다. 2년이 지나서까지 다짐을 지킨 비율은 19%였다.
이 수치는 놀랍다. 너무 낮아서가 아니라 너무 높아서 그렇다. 신년다짐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결심과 관련해서 실제로 이것을 실천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는 통계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그 정도로 결심과 다짐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이유로 의지 박약과 습관의 힘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한 마디 진단을 내리자면 ‘만족 지연능력’의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인 성취와 목표보다 당장의 만족과 쾌락 앞에 무릎을 꿇게 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신년다짐인 금연과 다이어트가 왜 실패하는지 떠올려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스탠포드 대학의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던지는 교훈도 이것이다.
달콤한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뎌냈던 어린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성숙하고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는 것으로 추적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래서 만족을 지연시킬 줄 아는 능력이 인생의 90%를 좌우한다고까지 단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런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대부분은 다짐을 세웠다가 허물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나약한 의지에 스스로 좌절하게 되고 무기력감에 다짐 자체를 회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매킨지 출신의 유명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는 사람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으로 ‘사용되는 시간의 방법을 바꾸는 것’ ‘사는 장소를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만 되잡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유용한 조언이기는 하지만 마음만 계속 다잡는 것을 전혀 무의미한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허물기의 반복보다는 아예 아무런 다짐조차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지경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실패를 계속하더라도 신년목표를 세워보고 나름 노력해 보는 것이 그래도 낫다. 12%가 됐든 19%가 됐든 실천과 변화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다만 마음 되잡기를 무의미하지 않게 만들고 신년다짐의 성공률을 조금이나마 더 높이고 싶다면 현명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조언들 가운데 특히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목표가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다짐이라 해도 목표가 두루 뭉실하고 실천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이와 함께 다짐을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식의 부정적 서술이 아닌, ‘무엇을 하겠다’는 긍정적 서술로 만들면 성공가능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다. 가령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부정적 서술은 의도와 달리 금연에 대한 강박을 초래해 오히려 단기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이것을 ‘나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나쁜 습관을 버리겠다’는 긍정적 서술로 바꾸면 보다 뚜렷하게 의미가 잡힌다. 부정적인 말을 긍정적인 말로만 바꾸어도 생각과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언어분석 연구들을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작심삼일로 끝날지라도 신년다짐은 아예 안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좋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작은 성공을 맛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다 큰 변화에 도전하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은 바로 이런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다. 이런 경험들 역시 습관이 된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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